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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경상수지 흑자 급감, 수출 23개월만에 감소

입력 | 2022-11-09 03:00:00

흑자폭 전년 동월대비 89억달러↓



8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감소했다. 수출이 감소한 것은 23개월 만에 처음이다. 부산 남구 감만동과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뉴시스


8월에 적자를 보였던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흑자로 반전했다. 그러나 흑자 폭이 예년보다 크게 줄고 수출은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충격으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경상수지의 안정적인 흑자 기조가 위협을 받고 있다.

8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는 16억1000만 달러(약 2조2508억 원)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105억1000만 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88억9000만 달러 감소한 수치다.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4월에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 증가라는 악재가 겹치며 적자를 냈다. 이후 5월에 바로 흑자로 반전했지만 넉 달 만인 8월에 다시 30억5000만 달러의 적자를 낸 뒤 9월에 겨우 흑자로 돌아섰다.

항목별로 보면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석 달 만에 흑자(4억9000만 달러)로 반전했다. 다만 1년 전 같은 달(95억5000만 달러 흑자)과 비교하면 흑자 규모가 90억 달러 이상 급감했다.

흑자 폭이 감소한 주된 원인은 수출 부진이었다. 9월 수출은 지난해 9월보다 4억2000만 달러(0.7%) 적은 570억9000만 달러에 그쳤다.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이 감소한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3개월 만에 처음이다. 통관 기준으로 중국(―6.5%), 동남아(―3.0%), 유럽연합(EU·―0.7%)에 대한 수출이 줄었다.

반면 9월 수입은 1년 전보다 18.0%나 늘었다. 특히 가스(165.1%), 원유(57.4%) 등 원자재 수입액이 전년 동월 대비 25.3% 증가(통관 기준)했다.




1~9월 누적 경상흑자도 작년 3분의 1 그쳐


경상수지 흑자폭 ‘뚝’


엔데믹에 해외여행 증가도 영향
한은 “경상수지 불확실성 매우 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여행수지(5억4000만 달러 적자)를 비롯한 서비스수지마저 3억4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41억4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674억1000만 달러)의 3분의 1 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향후 경상수지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는 월별 기준으로 경상수지가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이날 “향후 경상수지는 중국의 방역 완화, 글로벌 성장세 등에 좌우될 텐데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달러당 14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 상황에서도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원화가치가 떨어져 수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에서도 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결국 외환보유액의 감소를 불러와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등 한국의 주된 수출시장에서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내년에도 경상수지는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원래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이 많은 국가이고 팬데믹 때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수출을 ‘미리 당겨서’ 했다”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국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성장세가 움츠러들고 있기 때문에 한국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 초까지는 수출이 줄어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