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트위터 하시나요? 찾아보니 한국에선 트위터가 소셜미디어(커뮤니티 포함) 중 6위라는데요(사용자 수 기준. 밴드∙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네이버카페∙트위터 순). 미국에서 순위는 유튜브를 포함했을 때 7위인데(미국 성인의 23% 이용.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핀터레스트∙링크드인∙스냅챗 다음) 화제성 면에서는 꽤 영향력이 큽니다. 워낙 유명인사들(일론 머스크, 버락 오바마 등등)이 많이 이용하고 있어서죠.
이 트위터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온갖 난리 끝에) 인수했단 얘기는 다들 아실 겁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머스크가 ‘트위터 유료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또 시끌시끌한데요. 소셜미디어를 유료화해서 구독료를 받는다는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좀 딥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
트위터는 요즘 시끌시끌. 픽사베이
머스크 “구독료 월 8달러는 어때?”
트위터가 뭔지는 아시죠. 트위터는 어떻게 돈을 벌까요? 매출의 대부분(약 90%)이 광고에서 나옵니다. 트위터에 글(트윗)을 올리는 이용자들은? 누구나 무료로 계정을 만들어 이용할 수 있죠. 다른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와 똑같습니다. 만약 트윗을 보내자마자 맞춤법이 틀린 걸 알았다면? 무료 사용자는 그걸 삭제하고, 새로 다시 보내야 하는데요. 유료 서비스 가입자는 이걸 고칠 수 있게 한 겁니다. 단, 유료 이용자여도 편집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이내, 횟수는 최대 5회!(수정 기능은 현재 일부 국가만 이용 가능)
‘당연히 편집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트윗 특성상 빠르게 확산된 다음에 내용을 바꾸면 혼란스럽기 때문에 편집을 못 하게 해왔다는군요.(엥, 페이스북은 무료로 되는데?) 그밖에 트위터 블루 구독자에겐 중요한 트윗을 보관하는 책갈피 기능, 재미있는 색상 테마, 프로필 사진을 NFT로 바꿔주는 기능 등이 제공됩니다.
어때요. 충분히 4.99달러라는 돈값을 하는 걸로 보이나요? 사실 트윗 수정 기능이 10월 초에 새로 생긴 거라서(그 전엔 60초 이내 실행 취소만 가능) 그전까지는 돈값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는데요. 그래도 머스크가 움직이니까(4월에 ‘편집 버튼을 원하느냐?’는 설문조사 트윗을 올린 적 있음) 편집 기능도 생기고 좋은데?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지난달 말 미국 뉴스사이트 더 버지(The Verge)의 단독 보도가 나옵니다.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가 트위터 블루 구독료를 19.99달러로 높일 거다’는 기사였죠.
이 소식에 트위터 이용자들이 술렁거렸습니다. 단순히 높은 구독료 때문만이 아니라, 추가되는 핵심 서비스 내용 때문이었는데요. 트위터 계정 소유자의 신원이 확인됐음을 표시하는 파란색 체크 표시를 앞으로는 유료 구독자한테만 붙여주겠다고 한 겁니다. 지금까지는 유명인(연예인∙정치인∙기업인∙인플루언서∙언론인 등)에 한해 신원확인을 거쳐 무료로 파란색 체크 표시를 달아줬는데 말이죠. 만약 파란 딱지를 이미 받은 유명인인데 90일 이내에 돈을 안 낸다면? 체크표시가 사라져 버린다고 합니다.
머스크가 정한 파란 체크 가격은 월 7.99달러! 게티이미지
그렇게 새 유료 구독료는 7.99달러로 정해졌고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11월 9일에 이 서비스가 출시될 거라고 합니다(애초 더 빨리하려 했지만 미국 중간선거 뒤로 미룸). 파란 딱지를 얻기 위해 월 7.99달러의 구독료를 지불할 이용자층은 적지 않아 보인다는데요. 미국 매체 쿼츠(Quartz)는 이렇게 설명했죠.
‘많은 브랜드가 돈을 낼 겁니다. 포드 같은 다국적 기업은 트위터에서 인증된 계정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니까요. A급 유명인들도 돈을 낼 거고요. 기네스 팰트로 홍보 담당자가 매주 TMZ(미국 연예 가십 사이트)에 전화해서 “아니요. 그녀는 그런 트윗을 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구독료를 내는 게 더 쉬우니까요.”
그렇다고 논쟁이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논쟁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논쟁의 초점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①트위터 사용자는 고객인가 제품인가? 소셜서비스 사업 모델의 특수성. ②돈 내면 인증한다? ‘유료화 인증’이 가지는 함정.
트위터 이용자는 고객인가 제품인가
머스크가 유료구독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트위터의 취약한 수익구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트위터는 매출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는데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하는 식의 ‘맞춤형 광고(이용자별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 광고를 띄움)’가 아닌 일반적인 브랜드 이미지 광고가 대부분입니다. 트위터가 가진 이용자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 보니, 세련된 맞춤형 광고(광고효과 측정이 바로바로 되는)는 잘 못하는 건데요. 그렇다 보니 광고시장에서 위상도 그닥이고(전 세계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트위터 비중은 0.8%에 불과), 매출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머스크는 이미 2019년에 ‘난 광고가 싫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죠. 동시에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구독서비스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구독을 좋아하는 편. 트위터의 광고 의존도를 줄이려면 유료 구독만이 방법이라는 게 머스크의 결론인 거죠.
‘역사적으로 트위터는 눈에 띄고 가치 있는 사용자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중 최악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이렇게 썼는데요.
유튜브와 틱톡, 트위치는 창작자들과 광고수익을 공유하죠. ‘콘텐츠를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비록 얼마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는 게 이 플랫폼들이 성장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인데요. 수십, 수백 만 명이 팔로잉하는 고급 이용자에게 트위터는 왜 한푼도 보상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돈을 뜯어내려고 하느냐는 문제제기였습니다.
맞습니다. 트위터에 있어 이용자는 고객인 동시에 제품입니다. 트위터만이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가 가진 공통의 특수성이죠. 소셜미디어가 ‘무료’ 서비스로 운영되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몰려야만 제품의 가치가 높아져서 더 많은 사람을 끌고 오게 될 테니까요. 전문용어로 네트워크 효과(플랫폼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이용자들이 얻게 되는 효용이 증가)라고 하죠.
그럼 소셜미디어는 유료화를 포기하고 주구장창 무료 서비스만 해야 하느냐? 당연히 그럴 리는 없겠죠. 다만 ‘이용자=창작자=제품’이란 특수성을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게 유료구독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타산지석 삼을 만한 과거 사례가 국내에 하나 있는데요. 바로 프리챌 유료화입니다.
프리챌은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로 국내 온라인 포털 시장을 휩쓸었다. 당시에 나왔던 아바타 기능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미지는 20년 전 동아일보 기사에서 찾음.
20년 전 유료화를 꿈꿨던 온라인 서비스가 있었지
잠깐 옆길로 샐 테니 양해 바랍니다. 프리챌(Freechal)을 아시나요? 동아리 커뮤니티 기능으로 한때 급성장했던 한국의 포털사이트인데요. 2002년 커뮤니티 수가 110만개에 달하면서 인기가 절정이었죠. 바로 그해 11월 커뮤니티 유료화를 전격 도입합니다. 커뮤니티 운영자는 월 3300원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고 통보한 건데요(운영자 아닌 사람은 계속 무료 이용). 구독자 혜택을 뜯어보면 영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운영자가 3300원을 내면 최대 5개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게 했고요. 메일 용량을 100배로 확장해줬습니다. 또 유료 커뮤니티엔 광고를 걸지 않기로 했고요.
문제는 ‘유료화하지 않는 커뮤니티는 폐쇄한다’고 공지해버린 것. 커뮤니티에 쌓인 글과 사진을 볼모로 삼은, 반 협박에 가까웠죠. 당연히 충성도 높던 이용자들의 감정을 크게 상하게 했습니다.
초기엔 전체의 40% 정도가 유료화에 참여해서 어느 정도 성공하는 듯했는데요. 결국 이용자가 대거 이탈해 다른 회사의 공짜 서비스로 넘어가 버립니다. 특히 싸이월드는 아예 프리챌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째로 복사해서 옮겨주는 서비스를 내놔서 이탈자를 왕창 흡수해버리죠. 애초에 커뮤니티 기능이 독점적인 서비스가 아니었다는 문제.
이용자뿐 아니라 광고주들도 이탈합니다. 광고주들은 커뮤니티라는 특화된 타깃층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서 프리챌에 광고했는데요. 유료화하면서 유료 커뮤니티에 광고를 걸지 못하게 되다 보니 굳이 프리챌에 광고할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광고 수익에 의존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유료화를 도입하면서 이 부분을 챙기지 못한 거죠.
결국 유료화 선언 이후 프리챌은 이용자 수와 광고 매출이 모두 급감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는데요. 이후 오랫동안(지금까지도) 다음 한메일의 ‘온라인 우표제(하루 100통 이상 이메일 발송하면 건당 10원 청구)’와 함께 온라인 유료화 폭망 사례로 거론됩니다. 요약하자면 ①고객의 감성을 무시했고 ②경쟁사에 대한 대책이 없었고 ③광고주라는 또 다른 주요 고객을 간과한 데다 ④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면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트위터의 샌프란시스코 본사. 게티이미지
인증 유료화? 계급 철폐냐 차별 강화냐
물론 머스크의 트위터가 유료구독을 모든 이용자에 ‘전면 도입’하는 건 아닙니다. 돈 내기 싫은 사람은 여전히 무료로 트위터를 이용할 수 있죠. 따라서 프리챌 수준의 과격한 유료화까진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트위터의 경우엔 단순히 돈을 내라고 해서 기분이 나쁜 것(도 문제지만)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있습니다. 신원을 인증해주는 파란 뱃지를 돈 받고 판다는 점이죠. “네가 너인 걸 증명하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하는 건데요. 이를 두고 머스크는 이런 트윗을 올렸습니다. “파란색 체크표시가 (유명인이냐 아니냐에 따라) 있거나 없는 트위터의 현재 영주-농민 시스템(계층 차별)은 헛소리다. 국민에게 힘을! 트위터 블루 월 8달러.” 유료구독이 트위터의 차별을 없애고, 일반인도 유명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기회라고 포장하는 거죠.
머스크의 이런 주장은 얼핏 보면 그럴듯합니다. 애초에 파란 체크는 유명인을 사칭하는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됐는데요. 트위터 이용자 중 이를 얻은 계정은 40만개 정도로 추정됩니다. 전체 4억개 계정 중 0.1%에 불과하니까 정말 극소수이죠. 그래서 이 파란 체크가 지위의 상징이 된 게 사실입니다. 인플루언서들은 파란 체크를 얻으면 ‘와, 드디어 해냈다’는 축하를 받곤 했죠. 트위터가 인증 자격을 주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진정하고 주목할 만한 활성화된 계정-에서도 일종의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유료화하면 계급 차별이 사라지고 누구나 단돈 8달러(연간으로는 96달러)에 유명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거다? 이 논리는 좀 이상해 보입니다. 8달러를 안 내는 사람에 대한 새로운 차별 아닐까요? 전직 트위터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였던 브랜든 보먼은 BBC 인터뷰에서 인증을 유료화하는 건 트위터를 “계층화”할 거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돈이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데 돈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겐 (유료화가) 좋습니다. 하지만 8달러는 전 세계 대부분 사람에겐 상당한 금액입니다.”
미국 코미디언 캐시 그리핀은 ‘블루 체크’ 유료화에 항의하는 뜻으로 자신의 트위터상 이름을 ‘일론 머스크’로 바꿨다. 이에 트위터는 계정 사용을 정지했다. 트위터 캡처
머스크가 정말 가짜 계정을 없애려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려면 유료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더리움 창업자로 유명한 비탈릭 부테린은 파란 체크 유료화는 결국 얼마나 많은 실사를 거쳐 검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는데요. 그는 “검증에 대한 비용을 고객에게 청구하되, 다른 프리미엄 서비스와는 분리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언급했군요. 신원 인증을 포함해 이것저것 다 묶어 8달러는 과하다는 것.
참, 일개 소셜미디어의 구독서비스를 두고 이렇게까지 많은 논쟁이 벌어질 일인가 싶기도 한데요. 머스크의 밀어붙이기식 경영이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미 트위터의 주요 광고주인 기업들(예-로레알, GM, 아우디, 화이자)이 머스크 리스크 때문에 줄줄이 광고를 중단했다는데요. 이에 머스크는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완전 엉망이야! 그들은 미국에서 언론의 자유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어.” 도대체 이 혼란이 어떻게 정리될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완전 엉망인 건 사실이네요. By.딥다이브
머스크표 트위터 유료화를 둘러싼 논쟁을 정리해봤는데요.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관심 있는 내용이었기를 바랍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
머스크가 트위터의 광고 의존도를 줄이겠다며 유료구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9일 7.99달러짜리 새로운 ‘트위터 블루’ 서비스가 추가됩니다.이에 유명 트위터 이용자들이 반발하는데요. ‘보상은 안 주면서 오히려 돈을 뜯는다고?’라는 반응. 소셜미디어의 이용자는 고객일까요, 제품일까요.본인 인증 기능(파란 체크)이 유료 서비스로 바뀝니다. ‘유료 인증’은 가짜 계정을 막아줄까요, 아니면 더 부추길까요. 언론의 자유를 파괴하는 자는 과연 누구인 건가요. 대혼란은 당분간 계속 될 듯.
*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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