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조기가 게양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부터 ‘이태원 참사’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모든 정부부처와 관공서에 즉시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 2022.10.30/뉴스1 ⓒ News1
경기 고양시에서 7살 딸을 키우는 김모 씨(37)는 얼마 전 아이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질문을 해 당황했다. 김 씨는 “어디까지 설명을 해 줘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다”고 전했다.
김 씨처럼 유치원에 재학 중이거나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김은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아동청소년위원장,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 정운선 경북대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교수 등 심리 및 트라우마 전문가 4명의 도움을 받아 아이에게 이태원 참사를 설명하는 방법과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날 때 대처법 등을 정리해 봤다.
● 감정 싣지말고 있는 그대로 말해 주세요
자녀가 이태원 참사에 대해 물어본다면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게 좋다. 감정을 실어서 얘기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안 된다. 김 위원장은 “‘어른들이 핼러윈 데이라는 축제를 즐기려고 이태원에 모였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넘어지기도 해서 뜻하지 않게 큰 참사가 났어. 그래서 사람들이 하늘나라로 갔어. 이런 얘기를 들으니까 마음이 아프고 무섭지. 엄마도 그래’라는 식으로 얘기를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태원 참사가 슬픈 일이지만 어른들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해 주는 게 좋다.아이에게 죽음을 설명해야 할 지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억지로 죽음에 대해 이해시키려 하거나 직접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임 교수는 “‘이별했다, 여행을 떠났다’는 식으로 설명해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사람은 죽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죽음을 설명하면 아이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아이가 물어보지 않는 부분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만약 자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사진이나 영상을 본 것 같다면 혼을 내거나 당황해선 안 된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고 참사에 대해 있는 그대로 설명해 주는 게 중요하다. 정 교수는 “사진이나 영상을 본 뒤 머리 속에 계속 남아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생각이 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힘들고 괴로운 영상은 보지 않는 게 도움이 된다는 설명을 아이에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2022.11.2/뉴스1 ⓒ News1
● 배변 못 하거나 악몽 꾸면 트라우마 우려
자녀에게 이태원 참사에 대해 설명할 때는 자녀가 그 설명으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기질에 따라 불안이 높은 아이가 참사 정보에 노출되면 죽음에 대한 공포나 강박, 분리불안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부모 등 어른이 참여한 상태에서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도 참사를 설명하는 올바른 방식”이라며 “안전 대책을 세워 보고, 친구들이 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나눠보면 힘든 감정들도 서로 나눌 수 있다”고 조언했다.이태원 참사 이후 트라우마를 겪는 어린이들도 있을 수 있다. 만약 자녀가 이태원 참사를 알게 된 뒤 배변을 잘 하지 못하거나, 악몽을 꾸거나,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는 등 일상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트라우마 증상일 수 있다. 배나 머리가 아프다고 하거나,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거나 항상 짜증과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가족이 함께 즐거운 활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 교수는 “자기 전에 아이와 함께 미지근한 물에 목욕을 한다든지 우유를 마신다든지 불안이나 공포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어른이 계속 옆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안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일상생활이 지속적으로 어렵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곽 교수는 “아동 트라우마는 지금 당장 안 보여도 나중에 나타날 수 있다”며 “지속적,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