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 조건으로 영토 반환과 피해 보상 등을 재차 요구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 협상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기존 조건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당분간 대화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외신들을 종합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은 이날도 이 같은 원칙론을 쏟아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저녁 영상 연설에서 협상 개시 조건으로 높은 수위의 몇 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더 (말한다)”면서 “영토 보전 회복과 유엔 헌장 존중, 전쟁으로 인한 모든 물질적 피해 보상, 전범자 전원 처벌, 재발 방지 보장”을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평화회담 재개를 반복적으로 제안했지만 러시아는 오직 새로운 테러와 포격, 공갈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8일 라디오 스보포다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여전히 영토 병합을 받아들이라고 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쟁 초기) 공식 협상장에서 최후통첩을 제시했고 지금도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건을 매우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러시아가 군대를 철수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그리고 우리 영토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면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서 전후 관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7일 트윗으로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거부한 적이 없지만, 러시아군이 철수할 때까지 회담은 시작할 수 없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아닌 그의 후임과 대화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러시아도 아직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7일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와 협상에 열려 있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당분간 협상은 요원해 보인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