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치러진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당선인 발표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공화당의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재선을 확정지으며, 2024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한 대권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되는가 하면 매사추세츠에서는 미국 최초 레즈비언 주지사가 탄생했다.
민주당 강세인 뉴욕주에서는 상원과 주지사 모두 민주당이 싹쓸이했고, 곳곳에서는 이른바 ‘트럼프 키즈’가 당선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위협 공화 잠룡 드샌티스 재선 확정
NBC와 ABC 방송 등은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드샌티스 주지사가 당선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의 주지사 개표가 85% 이뤄진 가운데 드샌티스 주지사의 득표율은 59.1%, 찰리 크리스트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40.3%에 머물고 있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우리는 선거에서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 지도를 다시 썼다”며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년 동안 여러분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가장 큰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고, 해군에 입대해 이라크 전쟁, 관타나모 기지 등에서 복무한 이력도 있다. 지난 2012년 연방 하원 플로리다 6구에 당선하며 정계에 입문, 2014년과 2016년 재선 후 2018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가뿐히 승리했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2024년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출마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아 경선에 나올 수 있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키즈’ 약진…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J.D.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
CNN은 아칸소 주지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보비서 겸 소통수석을 맡았던 세라 허커비 샌더스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허커비 샌더스 후보는 이날 크리스 존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고 아칸소주 최초 여성 주지사에 당선됐다. 그의 아버지 역시 아칸소 주지사(1996~2007) 출신이다.
그는 지난 2020년 대선 선거 결과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트럼프파’ 중 한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그는 무난하게 당내 아칸소 주지사 후보로 선정됐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또 다른 인물도 당선을 확실시했다. 상원 주요 접전지 중 하나였던 오하이오주(州)에서 출마한 공화당의 J.D. 밴스 후보다.
이날 ABC와 NBC방송 모두 밴스 후보가 팀 라이언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를 꺾고 당선을 확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밴스 후보는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 거부로 자수성가한 벤처 투자자 출신이다.
밴스 후보는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의 원작 소설 작가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그의 인생 회고록이자, 미국 사회의 성찰을 담았다. ‘힐빌리(Hillbilly)’는 미국 중부 애팔래치아 산맥에 사는 가난한 백인들을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또 ‘힐빌리의 노래’에서 자신을 ‘촌놈’으로 묘사하며 촌놈이 번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와 정책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개인의 노력 부족에 있다고 지적해 공화당과 결을 같이 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정계 입문 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지난 4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경선에서 승리했다.
◇매사추세츠에 민주 힐리…美 최초 레즈비언 주지사 탄생
AFP통신은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모라 힐리 당선인이 상대 후보인 제프 디엘 공화당 후보를 여유롭게 물리쳤다고 보도했다.
매사추세츠주 검찰총장 출신 힐리 당선인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여성 정치인이다. 이미 지난 2014년 매사추세츠주 검찰총장으로 당선됐을 당시에도 미국 최초 동성애자 검찰총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성소수자를 위한 인권단체 커뮤니티(LGBTQ+)는 힐리의 승리를 역사적인 일이라며 환영했다. LGBTQ+ 임시 회장인 조니 매디슨은 “매사추세츠는 평등에 찬성하는 대표자를 선출함으로써 평등과 포용의 초석을 수용했다”고 했다.
이로써 매사추세츠는 공화당 소속인 찰리 베이커 전 주지사의 8년 통치를 끝내고 민주당 텃밭으로 전환했다. 또 힐리 당선인은 매사추세츠주의 첫 여성 주지사다.
◇뉴욕서는 민주당이 싹쓸이…척 슈머 상원의원·캐시 호컬 주지사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뉴욕주 상원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이로써 슈머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뉴욕에서 가장 오래 재임한 상원의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선거로 그는 5선 상원의원이 된다.
슈머 의원은 1998년 선거에서 54.6%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상원에 입성했다. 1974년 뉴욕 하원의원에 출마해 정치 생활을 시작한 그는 50년 가까이 미 의회에서 활동하며 뉴욕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임자의 사임으로 1년간 뉴욕 주지사를 맡아온 민주당의 캐시 호컬도 접전 끝에 당선됐다. 호컬 주지사의 득표율은 53%, 리 젤딘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은 47%다.
호컬 주지사는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가 성추행 의혹으로 사임한 뒤 지난해 8월부터 주지사를 맡아왔다. 뉴욕주에서 여성 주지사가 나온 건 전례 없는 일이었다.
뉴욕주는 민주당의 대표적인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선거 직전까지 호컬 주지사와 젤딘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 양상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1994년 이후 28년 만에 공화당 후보가 뉴욕 주지사에 당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 표밭’에서 접전이 이어진 데는 공화당이 중간선거 기간 의제로 삼았던 ‘폭력 및 범죄’ 이슈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뉴욕시의 강도 발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 급증했다. 게다가 지난 5월 뉴욕 버펄로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흑인 10명이 숨졌다. 실제로 유권자들도 여론 조사에서 ‘범죄’가 주지사 선거에서 주요 고려 사항이라는 데 동의했다.
◇척 그래슬리, 아이오와주서 상원 8선 성공…95세까지 의회 남는다
상원 주요 접전지 중 하나였던 아이오와주(州)에서는 공화당의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이 당선됐다.
그래슬리 의원은 이번 당선으로 8선 의원이 됐는데, 89세인 그가 6년 임기를 모두 채울 경우 95세까지 의회에 남는다.
그래슬리 의원은 지난 1958년 아이오와주 하원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1978년까지 총 11번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980년부터는 상원의원으로 출마해 지금까지 7번의 승리를 거뒀다. 이날 당선되며 8선을 굳혔다.
그래슬리 의원은 첫 상원 출마였던 1980년 53.4%의 득표율로 당선된 이래 줄곧 60~70% 득표율을 얻었다. 40년 가까이 민주당 후보들을 여유롭게 제친 것.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다시 득표율이 50%대로 떨어졌다. 앞서 지난해 6월 아이오와주 유권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그래슬리 의원이 다른 후보에게 상원의원 자리를 내줘야 할 때라고 답한 바 있다.
◇‘Z세대가 온다’…25세 청년 플로리다 하원의원 당선
미국 Z세대 일명 ‘젠지’(GenZ)를 대표하는 하원의원도 플로리다에서 탄생했다. 1997년생 올해 25세 사회운동가 출신 맥스웰 프로스트 민주당 후보다.
미 ABC방송에 따르면 프로스트 후보는 이날 플로리다주 제10의회 선거구에서 켈빈 윔비시 공화당 후보를 58대 39로 제치고 당선이 확실시됐다.
프로스트 후보는 후보 시절 더욱 엄격한 총기 법안과 ‘모두를 위한 의료’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와 같은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한편 프로스트 후보와 젠지 동갑내기로 알려진 카롤리네 리빗 공화당 후보는 현재 뉴햄프셔주 제1의회 선거구에서 크리스 파파스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그가 당선된다면 미 의회 최연소 여성 의원이자 Z세대 최초 의원 중 한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