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꿈꾸는 창업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스타트업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며, 어떻게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을까?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창업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일할 수 있는 사무 공간을 지원하며, 부족한 사업 자금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정답은 이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
주식회사 쉼의 김희진 대표는 “창업가에게 필요한 공간과 지원을, 창업가 입장에서 준비했다”라고 말한다. 스스로도 스타트업 창업가인 그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찾았다. 이어서 그는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창업가와 함께 걷는 파트너이고 싶다. 올바른 방향을 호되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닌, 슬플 때 같이 울고 기쁠 대 같이 웃는 친구가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주식회사 쉼의 김희진 대표, 출처: IT동아
1인 창업가에게 필요한 공간을 기획했습니다
김희진 대표(이하 김 대표): 지난 2019년 설립한 쉼은, 초기 창업 지원 프로그램 기획/운영과 함께 프로그램에 필요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예비 창업가를 위한 기초창업 교육’, ‘문화예술가 비즈니스 역량 강화 교육’, ‘뉴미디어 콘텐츠 창업 지원’, ‘융합콘텐츠 창업 지원’, ‘제조 기반 콘텐츠 기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 등을 서울창업허브, 경기콘텐츠진흥원(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제공했다. 개인적으로 동양미래대학교에서 창업학 겸임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고양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 출처: 주식회사 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법인 설립 및 사업 전개를 위한 조언, IR 교육 등 창업에 필요한 여러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창업 멘토, 선배 창업가, 투자자 등 관련 전문가들과 협력해 나름의 스타트업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리고 최근 ‘씨드 원(SEED 1)’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지난 2022년 10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T동아: 스타트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공유 오피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뜻인지.
김 대표: 맞다. 다만, 씨드 원은 일반적인 공유 오피스와는 다르다. 단순히 사무 공간만을 제공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창업가를 위한 네트워킹 공간을 지향한다. 혁신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닌 예비 및 초기 창업가, 프리랜서, 작가들을 위한 공간이다.
주식회사 쉼의 1인 창업가를 위한 공간 ‘씨드 원’, 출처: 주식회사 쉼
1인 창업가는 기틀을 마련해 두 발을 굳건히 딛고, 스스로 성장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올곧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사무 공간만으로 부족하다. 혼자 힘으로 커나갈 수 있는, 자양분과 물이 있는 올바른 방향(넓은 땅)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에 씨드 원을 통해 쉼이 구축하고 있는 창업 및 투자, 멘토 등의 경험을 토대로 성장 프로그램(네트워킹, 교육, 멘토링, 투자연계)을 제공하고자 한다.
정리하자면, 씨드 원은 매 순간 변화해야 하고 또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창업가들이, 자신의 성향과 아이템 특성에 맞게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멘토링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접목한 인큐베이팅(성장) 공간을 지향한다.
주식회사 쉼의 1인 창업가를 위한 공간 ‘씨드 원’, 출처: 주식회사 쉼
IT동아: 쉼이 구축한 스타트업 지원 네트워크가 궁금하다.
김 대표: 스타트업 지원 기관에서 실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경험을 쌓았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강사진뿐만 아니라 투자 전문가(엔젤투자자, VC 심사역 등) 등이 쉼과 함께하고 있다.
사실 쉼도 스타트업이다.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 지원 기관과 프로그램의 도움도 받았다.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청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지금의 쉼을 설립할 수 있었다. 당시 만난 창업가들과 만나고, 멘토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IR 활동을 펼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 한복판에서 직접 활동했다. 그 때 맺은 인연과 경험을 통해 지금의 쉼을 만들 수 있었다.
IT동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 대표: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이에 대학원에서 창업학을 전공하며, 지난 2017년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문화창업플래너 4기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제조 기반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도 했었고… 화성 ICT 생활문화센터에 입주해 스타트업으로 경험을 쌓기도 했다.
문화창업플래너 동료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 출처: 주식회사 쉼
* 문화창업플래너: 문화콘텐츠 산업을 이해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전문 지식을 보유한 전문가 집단을 뜻한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 문화 예술, 콘텐츠 등의 다양한 분야의 예비 창업가 또는 스타트업에게 창업 준비 단계부터 성장 단계까지 밀착해 스타트업 성장을 돕도록 문화창업플래너를 양성하는 특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창업가와 창업가, 창업가와 멘토, 창업가와 전문가, 창업가와 투자자 등의 만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후 스타트업 입장에서 어떤 교육, 어떤 프로그램이 유용했는지 찾았고, 이를 다른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지금의 쉼까지 흘러 온 셈이다.
쉼 설립 전, 스타트업 생태계에 몸을 담기 전에 약 10년 동안 대학로에서 연극 배우로 활동했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연극 배우가 연기자로 꾸준히 활동하기란 쉽지 않다. 주위 동료들과 “우리 연봉은 20만 원”이라는 말을 농담처럼 주고받을 정도로 어려웠다. 이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10년이라는 시간을 버텼지만, 더 이상 연극 배우 수입만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과거 연극 배우로 활동했던 모습, 출처: 주식회사 쉼
이후 대기업, 스타트업 등에서 일하며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유독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이 신기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내부 문화가 많이 달랐다고 해야 할까. 그 이유를 찾고자 대학원에서 창업학을 전공하고, 문화창업플래너 과정에 참여했던 것인데… 이렇게 쉼 설립으로 이어졌다(웃음).
동양미래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습 모습, 출처: 주식회사 쉼
IT동아: 씨드 원이라는 공간을 왜 만들었는지 이해했다.
김 대표: 씨드 원은 기존 공유 오피스와 소호 사무실, 그 중간의 공간이다. 공유 오피스는 넓은 공간과 일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지만, 초기 스타트업이 자신만의 공간에서 차분히 집중하기에는 조금 번잡하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3평 규모의 고시원과 같은 소호 사무실은 너무 답답하다. 이제 막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1인 예비 창업가에게 딱 맞는 공간은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가 씨드 원이다.
28평의 씨드 원을 만들면서 욕심을 부려 좌석만 채웠으면 15자리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1명에게 너무 좁지 않은, 답답하지 않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7자리로 제한을 뒀다. 그리고 씨드 원에 입주한 예비 창업가에게 쉼이 창업 파트너로서 다가가고자 한다. 창업가가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현역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신 대학교 교수님이 씨드 원의 공간을 설계했다. ‘창의성를 향한 몰입’이라는 주제로 1인 창업가가 온전히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고 넓은 책상(1600, 펀잇쳐스)과 의자(시디즈)를 비치했고, 오감을 통해 상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게비온(돌망태)을 활용했다. 제주도를 연상케하는 친환경적 공간이다(웃음). 또한, 쾌적한 휴식과 효과적인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개인 사물함, 원두커피머신, 냉장고, 얼음정수기 등 편의시설도 마련했다.
B2C 소규모 교육 및 멘토링 운영 사진, 출처: 주심회사 쉼
아, 쉼이 제공하는 창업 프로그램을 유/무료 형태로도 제공할 계획이다. 작년부터 일반인 대상으로 창업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씨드 원 입주자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창업 교육을 원하는 일반인이 있다는 시장 수요는 확인했다. 40~50대 장년층부터 현재 재직 중인 직장인, 자영업자, 스타트업 대표 등이 창업 교육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창업에 대한 교육, 창업 후 사업 성장을 위한 컨설팅 등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한다.
주식회사 쉼이 제공하는 회의 공간, 출처: 주식회사 쉼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면서 느껴온 것들을 담아 공간을 완성했다. 내가 쓴다는 생각으로 만든 공간이다. 씨드 원을 창업가뿐만 아니라 개인 프리랜서, 작가 등이 자신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준비했다. 쉼은 씨드 원을 바탕으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소셜 살롱, 도서추천 모임, 네트워킹, 교육, 멘토링 등 재미있는 일이 많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씨드 원을 통해 쉼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기대하고 있다. 부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 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