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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3당,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조사 범위에 대통령실 포함

입력 | 2022-11-09 18:20:00

위성곤(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장혜영(오른쪽)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접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과 무소속 등 범야권 의원 181명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9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강제력이 없는 국정조사는 정쟁만 일으킬 뿐”이라며 반발했다.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75명)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경우 국회의장은 지체 없이 본회의에 보고해야 한다.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범야권이 손잡고 밀어 불이면 막을 수단도, 명분도 없다”며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빠르면 10일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라 연말까지 ‘국정조사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국정조사 범위에 대통령실도 포함


민주당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이날 오후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출신인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는 “국정조사는 정쟁의 폭죽이 될 것”이라며 불참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사건은 정권에 유리하게 축소되고 있고 진실은 거짓말로 은폐됐으며 증거는 조금씩 폐기되고 있다”며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등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진실이 결코 봉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국정조사 요구서에서 이번 참사 원인으로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핼러윈 축제로 큰 인파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전 안전관리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려달라’는 112신고에도 즉각적인 대처가 없었던 점, 재난 상황 발생 초기 보고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및 최근 정부가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도 참사 원인으로 꼽았다. 이들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경비인력의 과다 소요 및 참사 당일 마약범죄 단속계획에 따른 질서유지 업무 소홀 등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도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용산구와 함께 국정조사 범위에 포함됐다. 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요구서 정식 명칭을 ‘이태원 참사’가 아닌 ‘용산 이태원 참사’로 한 것에 대해 “어떻게 명명할지 지도부가 논의했다”며 “압축적으로 쓰지 않고 명료화하기 위해 용산 이태원 참사라고 하는게 맞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 與 “정쟁일 뿐” 野 “불참은 진실에 대한 보이콧”



여야 지도부도 국정조사를 둘러싼 힘겨루기에 본격 돌입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국정조사가 가장 빨리 진상에 접근하고 국민들에게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국정조사와 함께 특검도 준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검을 지금부터 준비해서 국정조사에 이어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다수당이 숫자의 힘을 밀어붙이면 국정조사는 사실상 효력이 없는 것이 된다. 국정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계획”(주호영 원내대표)이라고 거부 의사를 못 박았다. 야권은 일단 국민의힘의 참여를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어차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도 없는 상황인데 차라리 국정조사에 참여하는 것이 명분상으로나 실리적으로도 낫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

여야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신상 공개 문제에 대해서도 공방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세상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하냐”며 “유족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몰락을 막기 위해 타인의 비극적 죽음마저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