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동참 압박 높아질 가능성 IRA 법안 개정은 지연될수도
미국 중간선거일인 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프레데릭스버그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더욱 강경한 대중국 수출 규제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8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야당 공화당이 미 연방하원 다수당을 4년 만에 탈환할 것이 유력하다고 전하면서 이렇게 전망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공화당의 하원 선거 승리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보다 중국 문제에서 더 강경한 공화당이 의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더 강력한 중국 억제 정책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더 선명한 대중 강경 노선’ 경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미 의회에서 한국 정부에 한층 강화된 중국 견제 전략에 동참하라는 요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대중 강경 노선 동참” 韓 압박 높아질 듯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새 하원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최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위협 억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7일 CNN방송 인터뷰에서도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말하는 등 대중국 강경책을 예고했다.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도 미국 ABC방송에 “(글로벌) 공급망 상당수를 (중국으로부터) 다시 미국으로 돌려놓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대(對)중국 강경 드라이브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교 정책은 백악관과 행정부가 주도하지만 입법 권한을 가진 하원 권력을 공화당이 가져가라 것이 유력한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사업의 의회 통과를 위해 공화당의 중국 강경책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대만 문제에서도 민주당보다 더 강경한 입장인 만큼 한국에 대한 대만 방어 동참 요구도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미국 현지에서 나온다. 공화당 일각에선 대만 방어와 관련해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의 지원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공화당이 의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군사 대응 조치 등 더 강경한 대북 정책을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매콜 의원과 군사위 공화당 간사인 마이크 로저스 의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3일 “바이든 정부의 유약함과 중국공산당의 제재 회피 지원으로 불량한 김정은 체제가 기회를 얻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중간선거 이후 매콜 의원은 외교위원장, 로저스 의원은 군사위원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 “공화 하원 승리가 IRA 개정 불확실성 높일수도”
다만 현지 외교 소식통은 “공화당의 하원 승리가 오히려 IRA 개정에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IRA 개정이 추진되더라도 IRA에 포함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반대해온 공화당이 이 문제까지 개정하자며 민주당과 힘겨루기에 나서면 오히려 개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