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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가 8일(현지 시간) 마무리되면서 2024년 대선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공화당에 내줄 것이라는 당초 예측과 달리 공화당의 압승을 뜻하는 ‘레드 웨이브(공화당 바람)’을 막아내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재선 도전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반면 중간선거를 화려한 대선 출정식으로 삼으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만만치 않은 반(反)트럼프 정서를 재확인하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다만 이른바 그가 공식적으로 지지한 후보들인 ‘트럼프 키즈’가 연방 의회와 주 정부에 입성한 성과만으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대선 도전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바이든, ‘재선 불가론’ 급한 불은 꺼
당초 백악관은 하원은 물론 상원에서도 공화당에 다수당 지위를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비상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 상원 선거에서 존 페터먼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등 격전지에서 승리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고물가로 인한 ‘경제 심판론’으로 하원 주도권을 공화당에 내준 데다 자신의 낮은 지지율로 중간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의 외면을 받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 재선 도전에 악재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또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의 탈세 혐의 등에 대한 조사가 예고된 것도 재선 가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제이슨 브레넌 조지타운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나서려면 경제 성과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대세론 굳히기’ 차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엄청난 저녁이다. 환상적인 후보들의 놀라운 성과”라며 중간선거를 승리로 규정했다. 하지만 “거대한 레드 웨이브가 일어날 것”이라고 장담한 것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15일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트럼프 대세론’을 굳히려던 전략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화당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압승을 거두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에서 투표를 마친 뒤 “(드샌티스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크게 다칠 수 있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견제하고 나섰다. 그는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드샌티스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맞붙는다면 부적절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의장으로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등 공화당 권력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 지지한 주요 후보 중 메멧 오즈 펜실베니아 상원 의원 후보는 패배했고 JD 밴스, 테드 버드 상원 의원 후보는 전략적 요충지에서 승리했다.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트럼프의 입’ 새라 허커비 샌더스도 아칸소 주지사에 당선됐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