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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여수 금오도 비렁길, 백리섬섬길과 이어진다

입력 | 2022-11-10 03:00:00

금오도 해상교량 건설사업 확정
2025년 착공, 2032년 완공 계획
다도해 해상 교량 13개로 연결
세계적 명품 해양관광도로 예상




전남 여수에는 보석 같은 섬 365개가 남해에 펼쳐져 있다. 나비 모양의 여수반도 남쪽 끝자락에는 금오도, 안도, 대두라도, 소두라도, 나팔도, 연도 등 35개 섬을 아우르는 금오열도(金鰲列島)가 있는데, 모두 여수시 남면에 속한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금오도는 면적 27km², 해안선 64.5km의 섬이다. 남면 전체 주민 2712명 가운데 1384명이 사는 주도(主島)로 강한 파도가 만들어낸 천혜의 비경을 자랑한다. 대부산(382m), 옥녀봉(261m), 망산(344m)이 우뚝 솟아 있고 해안을 따라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금오도 비렁길은 해마다 20만 명 이상이 찾는 트레킹 명소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 사투리다. 총 5개 코스 18.5km로 이뤄진 비렁길을 걷다 보면 절벽 아래 파도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바다와 가깝다.

그러나 해상교량이 없어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뭍으로 나가는 교통수단은 하루 15차례 왕복하는 여객선이 유일하기 때문. 돌산읍 신기선착장, 여수여객선터미널,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에서 30분∼1시간 20분 여객선을 타야 금오도에 도착할 수 있다. 금오도의 한 주민은 “금오도 바로 옆 화태도에 2015년 다리가 놓여 주민들이 육지처럼 생활한다”며 “월호도, 개도 등도 2027년까지 다리가 놓인다고 하는데 무척 부러웠다”고 했다.

여수시는 금오도 주민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지방도로를 국도로 승격시켜 국비를 지원해 달라”며 정부에 교량 건설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전남도가 나서 교량 건설을 추진해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용역조사를 했다. 하지만 총사업비가 2000억 원이나 나왔다. 전남도가 추진하기엔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이었던 것.

결국 정기명 여수시장이 결단을 내려 사업비의 50%를 여수시가 부담하기로 하면서 금오도 주민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해상교량이 2032년까지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정 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주민대표 등은 지난달 19일 금오도에서 만나 ‘금오도 해상교량 건설 사업’을 확정했다. 다리가 놓이면 주민들의 육지 나들이가 한결 쉬워지고 명품 해양도로 백리섬섬길과 비렁길이 이어져 해양관광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해상교량 건설을 2025년에 시작해 2032년 완공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1924억 원이 투입되며 해상교량은 1.53km로 월호도∼대두라도∼금오도 구간에 2개가 건설된다. 이렇게 되면 백리섬섬길과 금오도 비렁길은 해상교량 13개로 연결된다.

금오도 해상교량은 여수 서쪽 해안을 잇는 백리섬섬길을 금오도까지 연장시켜 남해안 섬 관광의 백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리섬섬길은 여수시 돌산읍에서 고흥군 영남면까지 큰 섬 9개를 잇는 39.1km의 백리 바닷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해상교량 7개가 완공됐고 2027년까지 나머지 4개가 건설된다.

정 시장은 “금오도 해상교량은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고 여수 서쪽과 남쪽 섬들을 잇는 세계적 명품 해양관광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남면 이장단협의회 총무(65)는 “해상교량 건설을 축하하기 위해 조만간 주민 잔치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