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美뮤지션 잭 화이트 내한공연
8일 오후 8시 서울 광진구 예스24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 혼성 록 듀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 출신 가수 잭 화이트. 올해 4월과 7월 두 장의 솔로앨범을 발매한 그는 4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시작해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세계 투어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jackwhiteiii.com 제공
“어제 야구 경기(한국시리즈)를 보러 갔어요. 아무도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지 않더군요. 모두 경기에 몰입한 모습이 정말 멋졌어요.”
미국 그래미 12관왕, 롤링스톤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70위에 이름을 올린 뮤지션 잭 화이트(47)가 공연 시작 1시간 후 관객 1300명에게 처음 건넨 인사말은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채 경기를 즐긴 한국 관중을 향한 찬사였다. 모든 콘서트마다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엄격히 금하는 그의 첫인사다웠다.
8일 오후 8시 서울 광진구 예스24홀에서 열린 그의 첫 내한공연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연 전 “사진 및 영상 촬영 시 삭제 후 퇴장시킨다”는 안내가 있었고, 화이트가 105분 동안 20여 곡을 열창하는 동안 객석에서는 단 한 줌의 스마트폰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4월 발매한 네 번째 솔로앨범 수록곡 ‘Taking Me Back’의 전주와 함께 무대에 등장한 화이트는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한국, 오늘 기분 어때요?”라는 짤막한 인사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의 쉼 없이 노래를 이어나갔다. 한쪽 다리로 방방 뛰며 무대 좌우를 오간 탓에 파란색 머리는 헝클어졌고, 재킷은 공연 중간에 벗어 던졌으며 격렬한 연주를 견디지 못한 기타 피크를 곡이 끝날 때마다 허공에 날렸다.
관객도 동화됐다.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에 이마가 부딪힐 듯 머리를 흔들며 ‘You Don‘t Understand Me’를 연주하는 그의 선명한 타건에 환호를 보냈다. 앙코르곡 ‘Seven Nation Army’에선 2절 초반 갑작스럽게 화이트가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겼고, 관객이 주저 없이 가사를 읊자 화이트는 “맞다(That’s Right)”며 기뻐했다.
화이트는 올 4월 영국 매체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투어를 못 하는데 앨범을 만드는 게 이상했다. 안개가 돼 사라져버릴 것을 세상에 내놓고 싶지 않았다”며 2020년 음악에서 손을 뗀 이유를 밝혔다. 이날 공연에서 화이트는 관객들에게 음악이 주는 몰입과 전율을 선물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