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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리는 백남준의 세계-그 시대 한국 예술

입력 | 2022-11-10 03:00:00

‘백남준 효과’ 전시 오늘 막 올라



백남준의 ‘비밀이 해제된 가족사진’(1984년). 백남준의 가족 가운데 여성들끼리 모여 찍은 가족 단체 사진이다. 일부는 남성복을 입고 있는데, 이는 백남준 어머니가 낸 아이디어다. 백남준은 사진에 직접 ‘나의 어머니’ ‘누이 희덕’(나의 첫 피아노 선생님) ‘큰어머니’ 등 주석을 달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비디오아트 선구자인 백남준(1932∼2006)이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기획한 전시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은 기념비적인 작품이 등장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고딕 성당과 유사한 구조물에 TV 모니터들을 붙이고 첨탑 부분에 주제에 맞는 오브제들을 단 작품인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1989∼1991년)가 주인공. 모두 13점으로 이뤄진 작품은 각각 환경과 농업, 예술, 통신, 교통, 민족주의 등 백남준의 세계관을 상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전시 ‘백남준 효과’는 작가가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대의 한국 미술을 다시 소환한다. 출품작은 총 103점으로 이중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는 13점 가운데 6점을 선보인다. ‘비밀이 해제된 가족사진’(1984년) 등 백남준의 1980, 90년대 대표작 43점과 당시 함께 활동했던 구본창, 이불 등 국내 작가 25명의 1990년대 대표작 60점도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1984년 귀국한 백남준이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체험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수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백남준은 1990년대 국내 현대미술계에 실험적인 키워드들을 던졌던 전략가이자 기획자, 문화번역자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백남준의 주요 메시지라 할 수 있는 △세계화 △과학과 기술의 발전 △믹스트미디어(mixed media·여러 매체를 함께 사용하는 미술 기법) △다원성 등으로 구분됐지만 딱히 얽매일 필요는 없다. 오래 세월이 흐른 작품들이지만 탁월한 재료 선정과 기법 덕에 최신 현대미술을 만나는 듯한 신선함마저 안겨준다. 내년 2월 26일까지. 입장료 2000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