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부상자 등 체계적 진료 6개월간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
이태원 참사 현장과 가까운 지하철 6호선 이태원 출입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모지가 가득 붙어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지정 의료기관’이 이르면 이달 내로 생긴다.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 등이 단순히 심리상담을 받는 수준을 넘어 체계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 의료계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긴급 진료 체계’를 준비 중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지금까지 진행된 논의를 종합하면 우선 수도권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중 신청을 받아 ‘지정 의료기관’을 정한다. 지정 의료기관에서는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환자를 전담으로 치료한다. 의협은 일종의 상황실을 운영하며 치료 받기를 희망하는 트라우마 환자들을 거주지와 가까운 지정 의료기관으로 배정할 방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확진자를 진료할 전담병원을 전국에 지정했던 것과 유사한 체계를 만드는 셈이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수도권 의원 중 100곳 정도가 지정 의료기관으로 참여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트라우마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전문의들이 환자를 방문 진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참사 트라우마 환자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는 향후 6개월 동안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부상자나 유가족은 물론 당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도운 사람도 진료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이번 참사로 발생한 유가족과 부상자를 1000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이들에게 정부 통합심리지원단에서 심리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료보다는 상담 위주로 진행된 탓에 트라우마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합심리지원단 상담 중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의사와 ‘매칭’시켜 적기에 치료를 받도록 돕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