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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압사, 국가가 배상을”… 유족 등 수십명 소송 움직임

입력 | 2022-11-10 03:00:00

‘이태원 참사’ 집단소송 본격화




“우리 아이가 이번에 이태원에서 죽었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참사에 국가의 책임은 없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이태원에서 동생이 크게 다쳤는데, 나머지 가족까지 충격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통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을까요?”

최근 한 법률사무소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및 부상자 가족들이 문의한 내용이라고 한다. 참사 이후 정부의 부실 대응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희생자 유족 등의 국가 상대 소송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참사의 경우 국가 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유족 등 “국가 배상 원한다”

8일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역 입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 차가워진 날씨에도 시민들의 애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법적인 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시민사회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희생자 유족 등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관계자는 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참사 후 유족 등 몇몇이 법률 도움을 요청해왔다”며 “조만간 이들이 모일 자리를 마련해 구체적인 지원 방법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전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의 책임과 피해자의 권리’ 기자회견도 열었다. 두 단체는 “정부 당국은 이번 참사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았다”며 “희생자 유족이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송 청구인단을 모집하고 있는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에도 9일 오후까지 유족 등 16명이 소송 진행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 “국가 손해배상 책임 인정 가능성”

법조계에 따르면 국가 배상 소송이 진행될 경우 주요 쟁점은 공무원의 직무 범위와 과실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참사의 경우 경찰이 부실 대응을 인정하고 112신고 녹취록도 공개한 만큼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관련 신고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치안 관리와 통제를 할 의무는 공무원의 직무 범위로 인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소송에선 여러 차례 신고에도 경찰 등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볼 수 있을지 따지게 될 것”이라며 “만약 누군가 현장에서 떠밀어 참사에 일부 원인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국가의 과실 정도를 따지는 데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또 “경찰과 소방, 서울교통공사, 지자체 등 가운데 주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도 소송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지음의 장희진 변호사도 “국가나 지자체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손해를 방지하지 못했고, 경찰 지휘부 등이 직무 집행 과정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일부 변호사는 민사소송의 경우 최소 3∼5년이 소요되는 만큼 관련 소송이 제기되기 전 정부가 선제적인 배상안을 내놓고 유가족을 위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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