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위기를 기회로]〈1〉K스타트업, 글로벌로 키운다
#1. 국내 전자책 구독 스타트업인 ‘밀리의서재’는 8일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며 일단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이달 4일만 해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모자금이 줄어도 계획대로 상장하겠다”며 완주 의사를 밝혔지만 나흘 만에 입장을 바꾼 것. 회사 측은 희망 공모가로 2만1500원 이상을 제시했지만 투자자들은 여기에 못 미치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2.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는 올 초 투자 유치 실패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신사업을 전면 보류했다. 인력 감축과 자회사 지분 매각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긴급 자금 조달 과정에서 4000억 원 수준이었던 기업가치도 1000억 원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역대 최대 투자액으로 ‘제2의 벤처 붐’을 일궜던 스타트업 시장이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벤처캐피털(VC)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며 유망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절반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기업공개(IPO) 일정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투자 혹한기’를 돌파하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고 기술 기반 창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내 유니콘 4곳 중 3곳은 ‘내수 중심’
실제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 등 신산업 창업 비중이 13%일 정도로 늘고 있다. 올해 유니콘에 등극한 6곳 중 3곳은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테크 기업이었다.
창업 2년차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개발자 60명 중 10명이 해외에서 재택근무를 한다. 현지의 우수한 개발자를 채용한 것. 이 회사의 AI 팩은 최근 국내 기업의 납품 수주전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을 꺾고 계약을 따냈다. 거래 전환율이나 클릭률 등이 AWS보다 1.5배 이상 좋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설립부터 글로벌을 겨냥한 경우도 있다. 올해 기업가치 3조6000억 원으로 평가받으며 국내 1호 농식품 유니콘에 오른 농축산물 무역 플랫폼 ‘트릿지’, 35개국 작가들이 만든 이모티콘을 5개 언어로 글로벌 2000만 명에게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스티팝’ 등이다.
○ 글로벌 스타트업, 매출-고용 등 경제적 효과 커
이는 제2의 벤처 붐을 일구며 정부가 창업지원 정책을 쏟아냈지만 스타트업의 글로벌화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은 극히 일부인 것과 무관치 않다. 스타트업 글로벌 지원정책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별로 따로 운영되고 범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대기업, 해외 VC 등 민간 지원을 아우르는 체계가 미흡했다. 해외 진출 단계별로 글로벌창업사관학교 등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초기와 중기 투자에 국한됐다는 한계도 있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내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글로벌 부문은 아쉽다”며 “국내 스타트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다음 미션”이라고 했다.
○ 정부 “‘K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지원 강화”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육성 모델로 프랑스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나 싱가포르 ‘스타트업 SG’를 주목한다. 스타트업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에 거점을 두고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등 정부가 국내외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다각적으로 조성하는 것. 우리 정부도 ‘K스타트업’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대기업 등의 글로벌 네트워크나 인프라를 활용해 5년간 해외 진출 스타트업을 5만 개로 늘릴 계획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