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이 중동 아프리카에서 밀려드는 난민들에 대혼란을 겪고 있다. 이탈리아 해상 구호선에서 당국의 입항 허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난민들은 입항을 거부당하자 “더 이상 못 견디겠다”라며 바다로 뛰어들었다. 폴란드 국경에선 벨라루스에서 모여든 난민들이 늪지에 빠지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
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카타니아 항구에서 대기 중이던 난민 구호선 ‘지오 바렌츠’호에서 전날 이주민 3명이 바다로 몸을 던졌다. 이들은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구조됐으나 시리아 국적인 2명은 배로 돌아갈 수 없다며 버텼다. 이들 중 2주간 해상을 떠도는 삶에 지쳤다며 단식 중인 유수프 씨는 안사통신에 “선박에서 보내는 날이 늘면서 미칠 것 같았다”며 “내 몸과 내 꿈이 무너지는 느낌이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난민 구조선 4척의 입항을 거부하다가 6일 2척에 대해서만 카타니아 항구 임시 정박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운영하는 지오바렌츠호의 이주민 357명과 독일 구호단체 SOS 휴머니티 소속 ‘휴머니티1호’의 이주민 144명이 배에서 내렸다. 하지만 이탈리아 당국은 여성과 어린이, 부상자 등만 받아들여 인도주의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불법 이주민을 막기 위해 최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 시작한 폴란드에선 벨라루스에서 모여든 난민들로 문제가 되고 있다. 폴란드 국경경비대는 8일 벨라루스와 접한 국경의 늪에서 난민 10명을 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폴란드 정부는 국경에서 새로운 이민자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폴란드 당국은 벨라루스가 지역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고의로 이민자들을 폴란드 국경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