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전국 규제지역 해제라는 초강수 카드를 빼들었지만 주택 실수요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평생 갚아나가야 할 이자가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있는 탓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4억원을 30년 만기의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갚을 경우 금리 5%에서 매달 이자는 104만원이 붙는다. 차주는 원금을 포함해 매월 215만원을 원리금으로 갚게 된다. 이렇게 상환할 때 30년간 갚아야 하는 이자만 총 3억7302만원 규모에 이른다.
같은 조건에서 이자가 7%로 2%포인트 오르면 매달 이자는 155만원으로 오른다. 한 달에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은 266만원이다. 총 이자는 5억5804만원 규모로 불어난다. 원금과 함께 2배에 달하는 9억6000만원을 갚아야 하는 셈이다.
금리가 오르고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평생 갚아나가야 할 상환액은 눈덩이처럼 급증하게 된다. 주담대 5억원을 40년 만기의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갚을 경우 금리 6%에서 매달 이자는 171만원이다. 매월 상환액은 275만원이 된다. 총 이자는 8억2051만원 규모에 달한다.
같은 조건에서 금리가 8%로 2%포인트 오르면 매달 이자 243만원씩 원리금 348만원을 갚게 된다. 40년간 붙어난 총 이자는 11억6875만원에 이른다. 5억원을 빌려 3배가 넘는 약 17억원을 갚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실정에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주택을 마련해야 하는 대출 실수요자들은 부동산 규제를 풀어도 이자 부담에 엄두가 안 난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에서 이미 변동형 주담대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갈수록 높아지는 금리에 빚으로 산 집을 되팔아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정부는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발표했다.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푸는 내용이다.
추 부총리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울아파트 가격이 2017년 이후 106%까지 상승했다가 지난해 10월 고점 이후 현재까지 9% 수준 하락했다”며 “금리 인상, 가격 고점 인식 등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매수자·매도자 간 거래 희망 가격 괴리로 거래량도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과거 과도하게 상승했던 주택가격의 일정 부분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나, 최근의 가파른 금리인상 추세와 결합한 급격한 시장 냉각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이번 부동산 규제 완화 배경을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그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과도하게 유지돼 온 부동산대출 규제를 정상화하겠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은 필수이며,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가 안정화되고 있고 금리상승 등으로 정책 여건이 많이 바뀌어 대출 규제 정상화 속도가 당초 계획보다 높아졌다”면서 “취약차주의 상환부담 완화와 가계부채 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