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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으로 돌아온 지휘자 알브레히트 “큰 관현악곡도 실내악처럼 울려야”

입력 | 2022-11-10 10:42:00

17, 18일 서울시향 4년만에 지휘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사촌
“서울시향 에너지와 디테일 훌륭”




2018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콘서트를 지휘해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찬사를 받은 독일 지휘자 마르크 알브레히트가 4년 만에 서울시향의 지휘대에 돌아온다. 

17, 18일 서울시향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의 베토벤 황제’ 콘서트에서 그는 피아니스트 기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하고 메인 프로그램을 쇤베르크가 편곡한 브람스 피아노4중주 1번으로 장식한다.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초기에 구스타프 말러 유스 오케스트라에서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력 지휘자로 일했습니다.

“한마디로 인생을 바꾸는 만남이었습니다. 저는 불과 25살이었고, 한순간에 갑자기 말러를 연주하는 방법을 이해했습니다. 음악에서 휴머니즘과 기쁨을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아바도로부터 배웠죠.”


―부친인 게오르게 알렉산더 알브레히트도 유명한 지휘자였습니다. 지휘자로서 부친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까?

“아버지는 저의 첫 선생이셨고, 저는 11살 때부터 하노버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아버지의 콘서트나 오페라를 거의 놓치지 않고 보았습니다.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말러와 브루크너 가타은 대가들의 작품을 아버지와 함께 포핸즈로 연주하곤 했죠. 이런 일들은 제 음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과 사촌 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분과 관련된 추억을 소개해 주신다면….

“아버지끼리 형제이셔서 친사촌 간입니다. 자랄 때 우르줄라는 피아노를 정말 멋지게 연주했어요. 우리 친척들에게 있어서 함께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을 만드는 것은 항상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요즘엔 서로 바쁘다 보니 만날 기회가 적어져서 아쉽네요.”


―2018년 서울시향 콘서트를 지휘할 당시 서울시향에게서 어떤 면모를 느끼셨는지요?

“서울시향이 연주 중 무대 위에 펼쳐내는 에너지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리허설에서도 없던, 아름다운 사운드와 훌륭한 디테일이 실제 무대 위에 뿜어져 나왔죠. 멋졌습니다.”


―음악사를 관통하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지휘해 왔지만 그 중심에는 말러, 쇤베르크, 쳄린스키 등으로 대표되는 후기 낭만주의 또는 20세기 초의 음악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내가 그 시대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곡가들의 시대는 20세기가 시작되는 시기였고, 후기 낭만주의가 현대로 바뀌는 예술적 전환의 시대였죠. ‘빈’이라는 도시도 저를 매혹시켰습니다. 이 도시는 수많은 천재 작곡가들의 ‘독창성 실험실’이었습니다.”


―그 시대의 편성이 큰 관현악 작품을 지휘할 때도 ‘실내악적 음향’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대 음악은 풍부한 대위법을 사용하며 한층 복잡해졌습니다. 하지만 나는 오케스트라 음향에서 최고의 투명함과 깊이를 끌어내려는 이상을 갖고 있습니다. 악보에 들어있는 모든 세부사항과 모든 음향의 층을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마치 100명의 음악가가 다 함께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죠. 멋진 일 아닙니까?”



한편 서울시향은 2023년 시즌 프로그램과 출연진을 10일 공개했다. 2022년 공식 임기가 끝나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은 임기 중 시작했던 ‘시벨리우스 사이클’을 3월까지 이어 나간다.

2024년 새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얍 판 츠베덴은 7월부터 네 차례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춘다. 이외 러시아의 미하일 플레트뇨프와 독일의 만프레트 호네크 등이 객원지휘자로 지휘대에 선다.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리사 바티아슈빌리, 엘리나 베헬레, 조슈아 벨, 김봄소리, 첼리스트 지안 왕과 최하영, 피아니스트 피에르로랑 에마르, 선우예권, 박재홍 등이 협연자로 나선다. 

전체 패키지는 12월 1일, 개별 티켓은 9일 판매를 시작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