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불안 상황 속에 주요 시중은행이 한국전력의 ‘구원 투수’로 나선다. 한국전력에 2조원가량의 대출을 실행할 계획이다. 정부가 한전채 발행 자제와 은행 대출 전환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최근 한전으로부터 대출 입찰 제안요청서를 받아 이를 검토하고 있다. 4대 은행은 한전에 최소 2조원을 대출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제안서 검토 후 대출 규모 등 조건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지점을 통해 대출을 실행하게 된다. 제안서에 따르면 한전은 은행에 5000억원 이상 대출과 1000억원 단위 입찰을 제안했다.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의 시장안정 역할 및 향후 계획, 자금조달·운용 관련 애로사항 및 해소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한전채 지원 방안과 관련해 은행 대출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전력공사도 자금조달이 필요한데, 한전채를 채권시장에서 조달하면 서로 어려워지는 만큼 발행을 분산시키고 은행 대출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4대 은행이 한전에 자금을 대출하면 채권시장 안정화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전에 대한 대출로 채권시장이 ‘레고랜드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전채는 우량 채권인 ‘AAA’ 등급으로 올해에만 23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여 채권시장 자금경색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한편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은행을 찾는 기업들이 늘면서 기업대출 잔액은 늘고 있다. 한은의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기업 원화 대출 잔액은 1169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7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