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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탈리아가 거부한 난민선 수용…“伊 정박거부 용납 못 해”

입력 | 2022-11-10 11:18:00


이탈리아의 정박 거부로 인해 결국 프랑스로 들어가게 된 난민선을 놓고 양국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는 이탈리아 정부에 입항을 거부당한 난민선에 항구를 개방했다. 배에는 234명이 탄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는 이탈리아 당국의 선박 정박 거부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가 임대한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호는 프랑스 마르세유항 입항을 허가받았다.

오션 바이킹호는 지난 10월 말부터 정박 허가를 기다리며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인근 해역에 머물러 왔다. 이탈리아가 끝끝내 정박을 허가해 주지 않자 최근에는 방향을 틀어 프랑스 쪽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오션 바이킹호 측은 “SOS 메디테라네가 운영하는 노르웨이 선적의 이 배는 코르시카와 잠재적으로 프랑스 본토로 향할 때 프랑스가 수용해 줄 것을 호소했다” 고 밝혔다.

자선단체 메디테라네 측은 AFP에 “이탈리아 측이 입항을 완전히 차단했다”면서 43건의 공식 요청을 접수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단체 측은 구체적인 나라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바다에 빠질 위기한 처한 사람들을 구조하도록 규정한 법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의 올리비에 베랑 엘리제궁 대변인은 프랑스 인포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배는 이탈리아에서 환영받아야 할 운명이었다. 이탈리아의 태도를 용납할 수없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이번 갈등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마테오 살비니 전 총리가 이민자 문제 등으로 충돌했던 4년 전의 이탈리아 정세를 본뜬 듯한 모양새가 됐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를 필두로 한 이탈리아 극우 집권세력이 이민자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멜로니 총리는 이민자에 대한 책임을 공동 부담하기로 한 프랑스의 결정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냈다. 또 난민선에 탑승한 이들은 조난된 사람들이 아니라 이민자들이었다며 이탈리아의 정박 거절을 정당화했다.

국제사회는 이런 행보를 비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각국이 바다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조할 명백한 법적 의무를 가지고 있다면서 “오션 바이킹 탑승자 전원의 즉각적인 상륙”을 요구했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또한 이민자들의 신속한 하선을 촉구하면서 “고난에 처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정치가 있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모든 이주민들에게 망명 신청 자격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마티외 타디스는 “이탈리아가 자신들에게 유리했던 (이주민에 대한) 유럽 협정에 분명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외교적 씨름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제법상 조난당하거나 구조된 승객들을 태운 선박은 가까우 기항지에 입항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나 몰타는 위치상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려다 조난한 사람들을 받아들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이에 지난 6월 프랑스를 포함한 약 12개 EU 회원국은 다른 주요 입국장에 도착하는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이민자 5만6500명이 입국한 반면 2022년 들어서는 현재까지 8만8700여명이 입국하는 등 입국이 급증했다. 약 이들 가운데 15%가 자선단체에 의해 구조됐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이탈리아에 망명 신청을 한 이들 중 164명이 EU 내 난민 수용 의사를 밝힌 다른 국가들로 옮겨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