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도로가 압사 사고로 인해 출동한 소방차와 구급차로 가득 차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이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계속 출동하던 중 취객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9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에 따르면 경기 고양소방서 소속 구급대원 2명은 참사 이틀 뒤인 지난 1일 ‘숨쉬기 힘들다’는 신고를 받고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로 출동했다.
이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신고자인 모 육군부대 소속 부사관 A 씨는 만취한 채로 아파트 자택 현관문 앞에 쓰러져 있었다.
결국 구급대원들은 이웃집 현관문을 두드리며 “저기요 도와주세요. 문 좀 열어주세요. 119예요”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은 “죄송한데 경찰 올 때까지만 있을게요” “술 취한 사람이 폭행해서”라고 상황을 설명하며 잠시 몸을 피했다.
A 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개인 신병과 관련된 일로 상심해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A 씨를 군사 경찰에 넘길 예정이다.
모 육군부대 소속 부사관이 신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다. (고양소방서 제공)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이 구급대원들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환자들을 이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당시 소방청은 전국 소방차들이 서울 용산구로 집결되도록 소방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가까운 경기와 인천 지역에서 많이 출동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소방관들은 너무 많은 분이 사망해서 힘들어하고 있다. 주위에서 힘내라고 격려해주시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소방관들의 심리치료를 위한 트라우마 센터가 꼭 설립돼야 한다면서, 현장 대응능력 향상을 위해 인력 충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