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뜸부기라는 이름을 들으면 흔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鳥類_Birds)인 뜸부기(Gallicrex cinerea, 뜸북새)를 떠올리지만, 바다에 서식하는 해조류(海藻類_Algae) 중에도 뜸부기(Silvetia siliquosa)가 있다.
두 종은 같은 이름(국명, korean name)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빈번하게 혼동이 발생하기도 한다. 조류(Birds) 뜸부기는 급격히 줄어든 개체수로 인해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지만, 해조류(Algae) 뜸부기는 서식지와 개체수가 급감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서식 및 분포 현황에 대해 보고가 거의 없을 정도로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태이다. 다만 해양수산부에서 이들의 남획 및 고갈을 방지하고 자원의 번식·보호를 위하여 수산자원관리법(시행령 제6조 제1항)에 의해 매년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뜸부기의 포획·채취를 금지하는 것이 유일한 보호 노력인 실정이다.
해조류 뜸부기는 갈조류 말목(Fucales)에 속하는 바닷말이다. 중국의 발해만(Bohai Sea)과 우리나라 서해·남해안에 분포하는 고유종으로 서식 범위도 제한적이다. 연안 조간대 상부에 주로 서식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연중 분포하긴 하지만 생식기관이 형성되는 5월부터 8월까지 크기가 최대로 생장한다.
뜸부기의 형태를 살펴보면 원반모양의 부착기로 기질(암반)에 부착하고, 엽체(葉體)는 단독으로 나기도 하지만 2~3개체가 모여 직립한 형태이다. 전체적으로 황갈색을 띄지만 건조하면 검은색으로 변한다. 줄기는 원기둥의 형태이고, 띠(band)모양의 가지는 넓은 각도로 수차례 두 갈래씩 분지한다. 공기주머니(기낭, 氣囊)는 따로 발달하지 않고, 상부의 가지가 부풀어 기낭의 역할을 한다. 생활사는 배우체 세대가 없는 복상(複相) 생활사를 지니며, 이로 인해 수정란 방출, 배(胚) 형성, 극성, 비대칭 세포 분열 등 독특한 생활사에 대한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종이다.
단순 식용 이외에도 뜸부기는 항당뇨, 고혈압 개선, 간기능 개선, 항산화, 항염 등 성인병의 치료제인 알긴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건강기능식품의 원재료로서 가치가 매우 높아 기업 등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건중량 1kg 당 12~18만 원으로 다른 해조류에 비해 매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건조 해조류 제품 가운데 기장 돌미역(10~12만 원/kg), 감태김(가시파래)(10~12만 원/kg), 톳(5~7만 원/kg), 다시마(5~8만 원/kg) 등과 더불어 고부가가치 해조류에 해당된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기후변화, 연안 개발 등으로 뜸부기의 분포와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현재 일부 도서 지역을 제외하고는 관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건조 뜸부기의 경우 대부분 진도군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입도해야 하는 조도면 일대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관장 최완현)과 부경대 연구팀(최창근 교수)은 유용 해조류 자원인 뜸부기의 자원량 감소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올해 전국을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수행했다. 조사 대상지는 1913년부터 2021년까지 보고된 90여편의 문헌(보고서, 도서, 논문 등) 검토와 탐문 등을 통해 202개 서식지를 선정하였고, 이 중 접근이 어려운 도서 지역(141개소), 매립, 해안 도로 건설, 발전소 건설, 석축 공사 등 연간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소멸된 지역(11개소), 조사 정점 위치가 정확하지 않은 지역(10개소)들을 제외하고 동해안 울산부터 서해안 태안까지 40개 정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남 진도군의 한곳에서만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 외 1개소에서만 20개체 미만 소량의 생육 여부만 확인됐으며, 나머지 지역에서는 생육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년 조사에서 제외된 도서 지역은 향후 순차적으로 조사하여 서식 실태를 파악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와 같이 수온 상승, 연안조간대 개발 등으로 뜸부기 서식지와 개체수가 급감하는 만큼 뜸부기에 대한 보전 및 복원이 시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뜸부기를 복원하기 위해 친환경 부착기질, 로프 고정 및 암반 고정법 등 다양한 복원 방법들이 시도된 바 있으나, 이러한 방법은 성체를 채취하여 서식지를 복원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채취 시 기존 서식지의 개체군 밀도가 급감하거나 서식 환경이 훼손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자연 개체군이 급감한 상황에서 이러한 성체 채취를 통한 복원 방법은 남아 있는 서식지마저 훼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파괴적인 복원 방법이 필요하다.
정승욱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실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