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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코인계 워런버핏’의 추락…“FTX 파산 위기”

입력 | 2022-11-10 14:12:00


파산위기에 놓인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0)를 소개하는 포춘지 커버.  ‘차세대 워런 버핏이 되거나 추락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위기에 놓였다. FTX에 투자한 소프트뱅크 등 주요 투자자들의 손실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상화폐 세계의 ‘리먼 파산’과 같은 파급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FTX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FTX닷컴‘ 투자자들에게 추가 현금 투자가 없다면 회사는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80억 달러(11조 원)가 부족한 상황으로 당장 40억 달러(5조5000억 원)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FTX는 기업가치 320억 달러(44조 원)으로 평가되던 회사였다. 

이는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구원투수로 나서려다 9일 발을 빼기 전에 이뤄진 투자자와의 회의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샘 뱅크먼-프리드먼은 포춘지가 ‘차세대 워런 버핏’이 될 수도 있다며 커버로 조명했던 억만장자다. 그가 FTX의 문제가 불거지고 순식간에 파산 위기에 몰리며 가상 화폐 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코인 업계에 무슨 일이 

10일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 사태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이날 오후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FTX의 파산 위기는 폭락과 폭등을 오가는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억만장자가 된 30살 창업자 뱅크맨-프리드가 운영하는 FTX는 마이애미 히트 농구팀 홈구장을 후원해 ‘FTX 아레나’로도 유명하다. 주요 행사의 연사로 나설 정도로 미 가상화폐 시장의 잘나가는 회사로 자리매김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FTX의 파산 위기는 비트코인이 10% 이상 급락하는 등 가상화폐 전반적인 시장의 신뢰도가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발점은 FTX의 자회사인 헤지펀드사 알라메다가 사실상 FTX 자체 코인(FTT) 자산을 대거 쌓았다는 고발 기사가 코인데스크를 통해 보도되며 시작됐다. 두 회사의 내부거래로 부실이 감춰져 있다는 내용이라 동요한 투자자들의 뱅크런이 시작됐다. 

뱅크맨-프리드와 더불어 업계의 거물인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45)도 보유 FTT 5억8000만 달러어치를 모두 팔아버려 유동성 위기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구원의 손도 내밀겠다고 했다. 8일 FTX의 미국 외 법인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다시 9일 “기업 실사 결과, 우리는 FTX의 잠재적인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FTX에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었지만 문제는 우리의 통제나 도움의 능력을 벗어났다”고 밝히며 발을 뺐다.  
● “가상화폐 시장의 ‘리먼 모먼트’” 
NYT는 이번 사태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와 판박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 투자은행들이 얼마나 형편없이 부실담보로 위험을 퍼뜨리고 있었는지 알게 해준 사건이 리먼 이었듯, FTX 사태는 가상화폐 시장의 부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당장 FTX에 투자했던 소프트뱅크, 세콰이어, 서드포인트 등은 손실 부담을 안게 됐다. 일반 투자자들에 대한 피해도 예상된다. FTX 사태가 가져올 파급효과가 가상화폐 시장에 국한 될지, 이미 자금줄이 마르고 있는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가상화폐 시장은 대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최대 규모인 비트코인은 이날 장중 1만7000달러 아래로 하락했고, 시총 2위 이더리움도 11% 넘게 급락하며 1200달러 선이 무너졌다.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는 전날 80% 폭락했고 9일에도 40% 이상 떨어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