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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대체할 국산 가루쌀, 공급 늘려 밀 수입 의존도 낮춘다

입력 | 2022-11-11 03:00:00

[농촌이 미래다]
빵-맥주 제조 가능… 올해 20만 t 공급하기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수확을 앞둔 가루쌀을 배경으로 가루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국내 밀가루 소비량은 연간 200만 t에 이른다. 이 중 국내 생산량은 단 1만6000t으로 밀 자급률이 0.8%에 불과하다. 99%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국내 물가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가격은 전년 대비 76%나 폭등했고 국내 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부가 밀을 대체할 수 있는 가루쌀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가루쌀은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쌀 종류로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되어 있어 밀을 대체할 수 있는 작물로 평가받는다. 농진청은 2002년부터 ‘남일벼’ 품종에서 분질 돌연변이 유전자를 탐색하여 ‘수원542’ ‘바로미2’ 등을 가루쌀 품종으로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일반 쌀은 전분 구조가 밀착되어 단단하기 때문에 가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습식제분을 해야 하지만 가루쌀은 건식제분이 가능해 제분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손상도 적어 일반 쌀가루보다 밀가루를 대체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6월 국내 가루쌀 공급을 20만 t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가루쌀 공급을 늘려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쌀 가공식품 산업을 활성화해 쌀 수급 과잉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가루쌀을 원료로 사용하는 전북 군산에 있는 홍윤베이커리에 방문하여 홍동수 대표(왼쪽)와 대화하는 모습.

지난해 25ha에 불과했던 가루쌀 재배면적은 올해 100ha로 4배로 늘어났다. 충북 진천의 미잠미과를 비롯해 미듬영농조합, 라이스베이커리, 홍윤베이커리 등 국내 제과제빵 전문점에서는 가루쌀로 만든 빵과 디저트가 판매되고 있다. 파머스 맥주, 크래프트 맥주 등 맥주 생산에도 가루쌀이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농업회사법인 젤요에서 가루쌀을 활용한 아이스크림도 출시했다.

농식품부는 가루쌀 재배면적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023년 2000ha를 시작으로 2024년 5300ha, 2025년 1만5800ha, 2026년에는 4만2000ha까지 재배면적이 늘어난다. 생산량도 2023년 1만 t, 2024년 2만5000 t, 2025년 7만5000 t, 2026년에는 20만 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루쌀 전문 생산단지도 2023년 39개소를 시작으로 2027년엔 200개소까지 늘려 나갈 예정이다. 현장기술지원단을 중심으로 육묘, 이앙, 시비, 방제 등 전 기간에 걸쳐 생산단지의 가루쌀 재배를 지도하여 안정적 생산을 뒷받침한다.

2023년에는 식품기업을 대상으로 가루쌀로 만든 시제품 생산·판매와 가루쌀 제과제빵 전문업체를 대상으로 팝업스토어 운영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도 가루쌀로 만든 면류, 빵류 등 대중 제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지원도 뒤따른다. 직불제도를 도입하고 공공비축제를 활용해 가루쌀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가루쌀을 활용한 제품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연구도 지원한다. 가루쌀 가공식품에 식품인증제·표시제는 거버넌스 구축과 프리미엄 시장 형성을 위한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하고 가공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도 뒤따른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억6400만 달러이던 쌀 가공식품 수출액을 2027년엔 3억 달러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루쌀이 밀가루 수입 대체는 물론 쌀 공급과잉 문제 해결, 식량주권 확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