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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해주는 곳을 골라 다녔더니 이발 비용이 월 2만2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줄었어요.”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7)는 요즘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첫 방문’ 고객 대상 할인 행사를 하는 미용실을 찾아본 뒤 이발을 한다고 했다. 김 씨는 “물가는 오르고 수입은 그대론데, 고정 지출인 이발비라도 줄이려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미용실, 네일숍 등이 벌이는 각종 할인 행사를 찾아 방문 시마다 새로운 가게를 이용하는 ‘떠돌이 미용족’이 최근 늘고 있다. 통상 이·미용 업종은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나오는 점포를 꾸준히 찾는 충성 고객 비중이 비교적 높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에 시달리는 고객들이 이·미용 결과가 마음에 드느냐를 따지기보다 지출을 줄이는 것을 우선하고 있는 것. 직장인 김은주 씨(27·경기 성남시)는 최근 1년 반 정도 다니던 네일숍이 아닌 저렴한 곳을 방문했다면서 “첫 방문 할인 행사 등 할인 폭이 큰 곳을 계속 찾아다닐 생각”이라고 했다.
업주들은 울상이다. 할인 행사만 이용하고 다시 찾아오지 않는 고객들은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중랑구의 미용실 원장 강모 씨(38)는 “할인가로 이용한 손님 중 20% 정도만 다시 방문하는 것 같다”면서도 “주변 열군데 정도 되는 미용실들이 다들 첫 방문 할인을 25% 이상 하니 우리라고 안 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네일숍 사장도 “재방문율이 낮지만 일단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할인 행사를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탓에 소비자들이 가격을 최우선 순위로 둬 이와 같은 떠돌이 미용족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걸 찾아다니는 합리적 소비인 ‘체리 피킹’(혜택만 챙기는 소비)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업주로서는 처음 찾아온 소비자를 계속 붙잡을만한 또 다른 서비스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최원영 인턴기자 고려대 미디어학부 졸업
양인성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