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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인력 충원하라”…서울대병원 노조 파업 단행

입력 | 2022-11-10 15:06:00


서울대병원 노조가 필수 인력 충원과 노동조건 향상 등을 요구하며 10일 파업을 단행했다. 1차 파업은 이날 하루 동안 진행되지만 사용자 측과 교섭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파업 가능성도 남아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현재 ▲의료공공성 강화(감염병 종합대책 수립, 의사 성과급제 폐지, 영리자회사 축소 등) ▲필수인력 충원(간호사, 의료기사, 간호보조인력, 시설직, 환자안전직 등) ▲노동조건 향상(야간근무자 노동시간 단축, 저임금 직종 처우개선, 장애인 일자리 개선 등)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사는 지난 8월17일부터 15차례에 걸쳐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동조합이 요구해 온 인력 충원 문제에서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 결의문에서 “우리는 오늘 윤석열 정부의 가짜 혁신안 저지, 의료공공성 쟁취, 필수인력 충원, 노동조건 향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며 “우리의 정당하고 절실한 요구에 대해 서울대병원 사측은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안과 기재부 인력 통제, 공공기관 경영평가 총인건비 통제를 이유로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오히려 인력 감축과 유급휴일 축소 방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많은 희생과 노력을 강요하더니 지금 정부와 병원은 노동자를 인력 축소와 탄압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심각한 인력 부족과 장기화되는 감염병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부와 병원의 계획과는 정반대로 대대적인 인력 충원과 노동조건 향상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가 요구하는 진짜 공공기관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파업 출정식에는 서울대병원 노조 조합원 3900명 중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유지 업무 인력을 제외한 900명이 참여했다. 노조 측은 이날 하루 1차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향후 교섭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파업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박경득 노조 파업대책본부장은 “정부와 병원은 또 다시 틀린 해법을 내놨다. 병원 인력을 축소하고 노동자의 복지를 삭감하고 더 쥐어짜려고 한다. 공공성을 축소하고 노동자를 탄압해 민영화려는 그 계획을 또다시 내놨다. 모든 노동자들이 환자를 지킬 수 없다고 절규하고 호소하고 분노하고 함성을 외쳐도 정부와 병원은 듣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 본부장은 “오늘 우리의 파업 규모는 4년 전 마지막 파업 조합원의 3배가 넘는다. 환자들을 두고 나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지킨 공공의료가 내 환자들을 지킨다는 것을 확신하기에 이곳에 모였다. 정부와 병원장은 똑똑히 들어라.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이 투쟁으로 환자와 국민과 이곳에 있는 모든 조합원의 삶을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도 이날 ‘의료민영화 저지’, ‘노동개악 저지’, ‘인력감축 저지’를 내걸고 파업을 선언했다.

의료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조합원 13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열고 정부에 의료공공성 강화를 촉구했다. 이날 파업을 단행한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노조와 강원대병원, 동아대병원,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노조 등이 집회에 참여했다.

이향춘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코로나19 3년 동안 병상이 없어 집에서 사망하신 분들도 많다. 간호 인력이 부족해서 병동을 폐쇄하는 일도 일어났다. 환자의 곁을 지키며 마지막을 함께 했던 병원 노동자들은 지금 어떠한가. 정원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데 윤석열 정부는 우리에게 또 423명의 인력을 감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7차 대유행이 예고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인력을 줄이라고 하는가. 어떻게 3년 동안 감염병동 인력기준 하나 세우지 못해 우리를 이렇게 거리로 나오게 하는가. 코로나19 3년 내내 묵묵히 시키는 일만 하면 환자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만해서는 결코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오늘 하루로 우리의 모든 요구를 다 쟁취할 수는 없겠지만 지치지 않고 묵묵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연대는 정부와 사용자측에 ▲인력확충(간호인력인권법 제정, 간호관리료 차등제 개편, 감염병동 인력기준 마련, 보건의료인력기준 마련,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정규직화) ▲국립대병원 공공성 강화(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폐기) ▲공공병원 강화, 민간위탁 추진 금지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연대 소속 사업장 중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외에도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의료원, 청구성심병원 등 17개 사업장이 조정신청을 했다. 이 가운데 10곳은 아직 교섭이 타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다른 노조의 추가적인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