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인 고(故) 폴 앨런이 소장한 개인 미술품 컬렉션이 역대 최고가인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로 크리스티 경매에 부쳐졌다. 그의 컬렉션엔 조르주 피에르 쇠라,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쿠스타프 클림트 등 고전부터 인상파, 동시대 미술까지 500여 년에 걸친 작품 150여점이 포함됐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 측은 이날 밤 폴 앨런의 미술품 컬렉션 중 고갱과 고흐, 클림트, 폴 세잔 등의 그림 5점이 각각 1억 달러(약 1372억원) 이상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특히 쇠라의 1888년 작품 ‘모델들, 군상’은 수수료를 포함해 1억 4924만 달러(약 2060억)에 낙찰,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크리스티는 전했다. 쇠라는 과학을 기반으로 한 점묘화의 선구자로 유명하다.
후기 인상주의 대표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과수원’은 1억1720만 달러(약 1700억원)에 판매됐다.
오스트리아 화가 클림트의 ‘버치 숲’은 1억460만 달러(약 1436억원)를 벌어들였다.
이날 낙찰된 작품들 외에 나머지 품목들에 대한 경매는 다음 날 진행될 예정이다.
1975년 빌 게이츠와 함께 MS를 설립한 앨런은 2018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수집했다. 특히 1983년 악성 림프종과 빌 게이츠와의 관계 악화를 이유로 회사를 떠난 후엔 본격적으로 미술품 경매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앞서 개인 소장품으로 가장 비싼 금액에 낙찰된 경매품은 부동산 재벌 해리 맥클로와 전 부인 린다 맥클로의 개인 컬렉션이다.
소더비 경매에서 9억2200만 달러(약 1조 2700억원)에 낙찰됐는데, 앨런의 소장품은 이를 훨씬 웃도는 규모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세계 경제가 떠들썩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계속되는 환경 속, 예술 시장을 안전한 영역으로 여겨 투자자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티 측은 “이번 경매가 역사상 가장 크고 뛰어난 미술품 경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