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의 전투에 참가한 일본인 의용군이 사망했다는 정보가 소셜미디어(SNS)상에 퍼지자 일본 정부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일본 공영 NHK방송에 따르면,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정보를 알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주재 일본 대사관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몇 명의 일본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하고 있냐는 질문에 “사안의 특성상 대답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사흘째인 지난 2월27일 외국인 의용군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3월6일 기준으로 52개국에서 약 2만명 이상이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3월 초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내 외국인 의용군에 일본인 약 70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50명은 전직 자위대원 출신으로 과거 프랑스 외인부대 복무자도 2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용군 지원자들, 익명 인터뷰로 참전 경험 전달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일본인 의용병은 1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망한 의용군 지원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여러 추측이 분분하다. 참전한 일본인 중 일부는 언론과의 익명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A씨는 전선에 판 참호에서 수 ㎞ 떨어진 러시아 병사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다가 10월 초쯤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는 자위대 등에서 훈련을 받은 경험은 없다고 한다. 왜 위험을 무릅쓰고 의용군에 지원했냐는 질문에는 “옛날부터 생각보다 행동이 더 먼저 나가는 성격이었다”며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많이 희생되고 있는 것을 알고 도와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의용군 지원자인 야마다 다이키(가명)씨는 일본 매체 프라이데이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자위관으로서 군사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야마다는 해외 유학 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접했다. 처음에는 방관했으나 많은 동급생들이 의용군에 지원하는 것을 보고 “나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고 한다.
배치 당일 밤에는 야간 공습 훈련이 있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폭음이 터지고 유리가 터지자 야마다는 ‘우크라이나군의 훈련은 참 본격적이구나’하고 생각하며 태평하게 버텼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분주해지고, 기지 안에 미사일 30여발이 떨어지자 실제 상황이라는 걸 알았다.
그제야 야마다는 “진짜 공격이구나!”하면서 황급히 건물을 빠져나갔다. 이때 죽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들도 여럿 목격했다.
이때 받은 미사일 공격으로 많은 의용병들이 겁에 질려 도망쳤지만, 이상하게도 공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부대에 남아 있다가 동부의 최전선에 배치됐다.
4월24일 야마다는 적진 정찰과 저격이라는 임무를 맡아 동부 하르키우주의 한 격전지에 투입됐다. 그는 러시아군의 유탄포와 박격포 같은 큰 무기에 맞서 라이플과 머신건, 기껏해야 유탄 발사기 등으로 대응해야 했다.
야마다는 자위대에서 진지 구축 등을 훈련받은 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처럼 대테러전이 아니라 정규군 간의 포격을 중심으로 한, 마치 2차 세계대전 같은 싸움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5월 하순 유학 중이던 학교의 졸업을 위해 한 차례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가 곧바로 전선으로 되돌아갔다. 그 무렵 유럽연합(EU)권의 한 민간 기업으로부터 취업 제의를 받았다.
야마다는 “제의 받은 일자리는 나 말고는 적임자가 없고, 내가 제안을 거절하면 우크라이나 난민 30명이 일자리를 잃게 돼 취업을 결정했다”며 “지금은 전선을 떠났지만 외국인 부대와의 연락은 계속 긴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용병의 월급이 우크라이나 정규군과 동일하며, 후방 근무라면 엔화 환산으로 3만엔(약 28만원) 정도지만 전선 임무에 완전히 투입되면 40만엔(약 375만원)이 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