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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로 판다” 140억 그림 태운 사업가…수익은 고작 1500만원

입력 | 2022-11-10 20:00:00

유튜브 채널 ‘FridaNFT’ 갈무리


대체불가토큰(NFT)을 팔겠다며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불태운 사업가가 어마어마한 손실을 겪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블록체인 기술 업체 ‘프리다.NFT’(Frida.NFT)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CEO)인 마틴 모바라크(57)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지난 7월 30일 그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저택에서 파티를 열고 1944년 프리다 칼로가 일기장에 그렸던 채색 소묘 ‘불길한 유령들(Fantasmones Siniestros)’을 불태웠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의 세계적인 초현실주의 화가로 그의 작품은 멕시코에서 국보로 여겨진다. 

그림을 불태운 마틴은 그림의 고해상도 디지털 버전을 NFT 1만개로 만들어 한정판매했다. 가격은 암호화폐 ‘이더리움’(ETH) 3개이며 현재 시세로 약 500만원에 해당한다. 수익금 일부는 자선단체에 전달된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 따르면 그의 NFT는 현재까지 총 4개밖에 팔리지 않았으며 이 중 일부는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해 그의 수중에 들어온 돈은 1만 1200달러(약 1530만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치며 NFT 시장 거래량이 폭락하는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FridaNFT’ 갈무리

마틴은 그림을 불태운 프로젝트가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삶의 질을 높여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의를 끌기 위해 뭔가 극단적인 일을 해야만 했다”며 “만약 프리다 칼로가 살아있었다면 ‘얼른 하세요. 내가 불을 붙일 테니’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국보로 여겨지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불태운 그는 멕시코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멕시코 연방법은 중요 예술품 등 주요 문화재를 고의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그림을 불태운 것과 더불어 그림의 진위에 대한 의혹도 마틴을 위협하고 있다. 만약 그날 불태운 것이 복제품이라면 그는 사기, 위조,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마틴은 그림이 진품이라고 주장했지만 “소각을 하기 전 변호사와 상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1990년대 닷컴버블이 꺼지기 전 큰 사업 수익을 낸 마틴은 이후 항공기, 광산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실패를 겪었다. 암호화폐 사업으로 재기에 성공한 그는 ‘그림을 불태우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긴 침묵 끝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