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바이브랜드
입보다 눈이 반응하는 인테리어
출처 : Buvette Seoul
부베트는 요식업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2019년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의 뉴욕 베스트 셰프로 선정됐던 조디 윌리엄스의 식당입니다. 이 곳의 콘셉트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문을 여는 ‘게스트로텍(Gastrotheque)’입니다. 영어 ‘Gastropub’과 불어 ‘Thèque’의 합성어인 게스트로텍은 ‘미미(美味)가 모여 있는 곳’을 의미하죠.
조디 윌리엄스는 부베트를 어려운 파인 다이닝이 아니라 언제든 편안하게 식사하는 아늑한 공간으로 제시합니다. 뉴욕·파리·도쿄·런던·멕시코시티 찍고 서울을 찾은 부베트의 바이브, 어떤 모습일까요?
산토리니나 니스에서 따사로운 햇빛 아래 탈 법한 자전거가 입구에서 반겨줍니다. 내부로 입장하면 일상의 경계가 무너집니다. 빛나는 틴 소재의 실링과 빈티지한 붉은 벽돌로 꾸며진 공간은 동화 같은 뷰를 선사합니다.
출처 : 바이브랜드
부베트의 핵심 테마는 ‘세월의 흔적’입니다. 유러피언 트래디션에 영감을 받아 완성된 부베트는 ‘브랜드 뉴’와는 거리를 둡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업’시키는 건 적재적소에 배치된 앤티크한 소품들입니다. 와인 버켓과 같은 사소한 것들도 하나하나 직접 공수한 결과물입니다.
부베트의 한국 사업을 맡고 있는 썬앳푸드의 성상혁 영업팀장은 “이베이나 아마존뿐만 아니라 국내 숍을 뒤지며 1920~1940년 대 프랑스 감성이 담긴 물건들을 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고 합니다.
출처 : 바이브랜드
흥겨운 재즈도 비일상적 경험으로 가득 찬 공간의 한 축입니다. 박덕춘 동서대학교 방송영상학과 교수*는 연구를 통해 배경 음악이 메시지 수용자의 몰입도와 흥미 유발 정도를 증가시켰다는 것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그는 배경 음악이 언어적 요소와 시각적 요소를 보완하는 수단으로서 정보의 의미를 풍부하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베트에 세세한 플레이리스트 가이드가 존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죠. 1920년 대 얼리 재즈 200곡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 재생되는 음악으로 구분됩니다.
출처 : Buvette New York
대체로 신나는 분위기의 곡은 식당 안에서의 언어적(대화)·시각적(음식) 경험에 즐거움의 가치를 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베트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를 선사하는 테마파크처럼 비현실적인 공간 표현에 방점을 찍은 곳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Park, Dug-Chun. “Effect of Background Music of TV Documentary on Audience’s Recall Memory, Flow, Arousal of Interest, Evaluation.” Journal of Digital Convergence, vol. 15, no. 10, 한국디지털정책학회, Oct. 2017, pp. 411–417, doi:10.14400/JDC.2017.15.10.411.
뉴욕 인 서울
출처 : 바이브랜드
부베트 서울의 홀 중앙에는 바(Bar)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앙 4인석에 비해 방문객의 선호도가 낮은 곳인데요, 사실 부베트만의 분위기에 취하기에 최적화된 자리입니다. ‘게스트로 섹션’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죠.
출처 : Buvette Seoul
한국과 일본에선 부베트의 식당과 카페의 기능이 더 부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뉴욕과 파리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바의 기능이 두드러지거든요. 아마도 칵테일 한 잔으로 끝나지 않는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겠죠. 해외선 바가 더 선호된다고 합니다.
부베트엔 각 나라의 특색을 담은 칵테일도 있습니다. 뉴욕은 위스키, 파리는 코냑, 일본은 니카 위스키 그리고 서울은 한국 전통 방식으로 만든 증류주에 기반합니다. 부베트 서울만의 칵테일, ‘서울 맨하탄’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통 방식의 ‘꼬꼬뱅’, ‘타르틴’, ‘치즈&샤퀴테리’ 등 이브닝 메뉴도 눈에 띕니다.
미소가 깃든 FRIENDLY
출처 : 바이브랜드
이른 아침, 첫 방문이니 볕이 잘 드는 테이블에 앉아 봅니다. 뉴욕보다 여유 있는 테이블 위의 식기류는 작은 편입니다. 양손이 작은 그릇에 집중되며 보다 음식에 몰입할 수 있죠. 게다가 조그마한 수첩처럼 생겨서 존재감 ‘뿜뿜’하는 메뉴판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불편함보단 보는 맛이 큽니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감성을 자극하거든요. 주류 메뉴판엔 프랑스 와인 산지를 표시한 지도도 그려져 있습니다. 부베트에선 프랑스 와인만 다루기 때문이죠. 캐주얼한 프렌치 스타일의 음식을 만들기에 정체성을 프랑스에서 찾는 거죠.
출처 : 바이브랜드
눈 호강했으니 이제 배를 채워볼 차례. 와플 샌드위치·프렌치 토스트·크로크마담·살몬 리예트·샐러드 니수아즈 등 ‘낯선 익숙함’이 가득한 음식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캐주얼한 프랑스 음식들입니다.
먹고 즐기고 찍어라
출처 : 바이브랜드
매거진 B의 조수용 발행인은 ‘브랜드가 어떤 사람이 만들어낸 상징적인 결과물’로 본다면, ‘그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은 브랜드의 실체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브랜드는 곧 사람입니다. 좋은 브랜드 뒤엔 늘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이 있는 이유죠.
조디 윌리엄스는 영국 엠파이어 미디어 그룹 산하 매거진 ‘OK!’와의 인터뷰에서 맨하탄에 오픈한 자신의 레스토랑은 모두 ‘향수(Nostalgia)와 편안함(Comfort)’에서 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주변 이웃과의 친밀함이 사라진 현시대에서 원할 때 언제든 편안하고 즐겁게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그리움에서 시작됐다는 것이죠.
출처 : Buvette Seoul
캘리포니아 출신 요리사의 과거에 대한 향수에서 시작해 바다 건너 해외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된 부베트. 이곳에서의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특별한 이유는 작은 소품 하나에도 그녀의 진심이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맛있게 먹고 즐겁게 마시는 순간을 예쁘게 담아 가는 것을 잊지 마세요. 먹기 위해 사진을 찍건 추억을 남기기 위해 먹는 건 본인의 자유니까요. 부베트엔 강요가 없습니다.
인터비즈 이순민 기자 royalb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