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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요충지 헤르손서 철수 발표… 바이든 “진짜 문제 겪고 있다는 증거”

입력 | 2022-11-10 20:12:00

러시아군은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과 인근 지역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이 지난 3월부터 점령했던 헤르손에서 부분 철수하고 방어선을 재구축하기로 하면서 러시아군의 가장 굴욕적인 후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20일 러시아 군인들이 헤르손을 방문한 외신기자단을 경비하는 모습. 2022.11.10. 헤르손=AP/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요충지이자 한 달여 전 강제병합까지 선언한 동부 헤르손에서 9일 철수했다고 밝혔다. 헤르손은 러시아 점령지 가운데 유일하게 주요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우크라이나는 “철군이라고 보기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 중간선거 이후 러시아가 철군을 발표했다며 “러시아군이 진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우크라이나합동군 총사령관은 국영 TV에 나와 “더 이상 헤르손에 (군비와 식량 등을) 보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당신 결론에 동의한다. 군대를 철수하라”면서 드니프로강 동쪽에 방어선을 구축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러시아는 9월 30일 헤르손을 비롯해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등 4개 지역을 불법 병합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헤르손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벌이며 탈환을 시도하자 러시아 정부가 임명한 헤르손 행정부는 주민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철수 소식에 신중하게 반응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철수 선언이 나온 직후 화상 연설을 통해 “(우리는) 매우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적은 우리에게 선물을 주지 않고, 우호적인 제스처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도 로이터에 “러시아군이 아직 헤르손에 남아 있어 철수를 말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헤르손 철군이 사실이라면 이미 러시아군 피해가 큰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미칠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철군 발표에 대해 “러시아가 (중간선거) 투표 때까지 (헤르손) 철수 발표를 기다린 게 흥미롭다”며 “러시아 군대가 (헤르손에서) 진짜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시민은 약 4만 명, 러시아군 사상자는 10만 명이 넘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철군 발표는 키릴 스트레모우소우 헤르손 행정부 부수반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보도가 나온 뒤 공개됐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단순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가 10일 보도했다. 화상 연설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은 불발됐다.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