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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인사이트] 보다 안전한 세상을 만든다, 생명을 수호하는 '인간형 로봇'의 등장

입력 | 2022-11-10 20:20:00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는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헛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무고한 희생,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얼마 전, 핼러윈을 맞이해 전국 유명 관광지와 번화가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개최됐고, 수많은 사람이 지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올해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3년 만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핼러윈 축제가 가능해졌는데요. 평소보다 더 많은 인파가 거리에 집중됐습니다.

국내 핼러윈 축제의 상징적 장소인 이태원에서는 동시에 약 13만 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일 오후 10시 15분경 신나는 파티가 성대하게 열려야 할 곳에서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참담한 비보가 들려왔습니다.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와 이태원역 1번출구를 잇는 해밀턴호텔 왼쪽 골목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사망자 156명과 부상자 172명 등 총 328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입니다.

경찰과 소방공무원 등이 출동했지만 대규모 인원이 운집돼 있었기 때문에 빠른 접근이 어려웠고, 너무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목숨이 희생됐습니다. 경찰은 참사 당일 이태원에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릴 것을 예상해 약 137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경찰 병력을 서울 내 다른 시위장소로 배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공공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부실했다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소식을 듣고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죠. 정말 참담한 사고입니다.

당시 사망자 수가 2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가슴이 무척 아팠습니다. 누구나 쉽게 놀러 갈 수 있는 곳이었기에 제 가족이나 친구가 이태원에 있지는 걱정돼 여기저기 연락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 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었는지, 사전에 어떤 조치가 이루어져야 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향후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배치된 병력은 주로 사복 경찰로서 강제추행, 마약단속, 불법촬영 등을 단속하기 위한 병력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일을 수행해야 하는 137명의 경찰 병력이 13만 명 이상이 몰린 이태원을 통제하는 게 실제로 가능했던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한계는 존재하기 마련이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의 정부와 기업들은 로봇에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출처=Scott Rodgerson on Unsplash


오랫동안 로봇 기술들이 개발됐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로봇이 현장에 투입되었다면 조금은 결과가 달라졌을까요?

현장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임무에 로봇 수십 대가 투입되더라도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장소에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몰릴 때 이들을 대체 도로로 유도하면서 인원을 분배한다면, 사고 발생을 억제할 가능성은 높아지게 되죠. 이외에도 특정 범죄 등을 모니터링하며 치안유지, 교통통제, 무거운 짐의 운반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여를 할 수도 있으니 로봇의 발전은 안전하고 편리한 일상에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중에서도 인간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따라 하도록 설계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존 로봇처럼 기업의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자동화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 대신 고강도 노동이 필요한 일을 하거나 위험 현장에 투입돼 점검, 유지보수 및 재난 대응 등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노년층과 환자를 돌보거나 손님을 응대하는 서비스 로봇 혹은 장기이식 등의 수술에서 수술 로봇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로봇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보이고 있나요?

미국, 일본, 중국 등 로봇 개발의 선도국으로 꼽히는 국가들은 자국 경쟁력 강화의 핵심 분야로 로봇을 선정하고, 관련 산업 증진을 위한 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습니다.

미국은 제조업 부흥을 위한 ‘첨단제조 파트너십(AMP)’의 일환으로 다부처 협력 ‘국가로봇계획(NRI: National Robotics Initiative)’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력을 민간으로 이전해 로봇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현장에 접목하는 스마트 공정화 등을 지원하고 있어요.

일본의 경우, 고령화와 재해 등 국가사회 차원의 문제 해결을 위해 ‘로봇 신전략’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 보급·확산, 기술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로봇을 10대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Smart Manufacturing”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스마트 로봇 프로젝트 가이드를 마련하는 등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들도 로봇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 혼다는 로봇에 많은 자원을 투입했죠. 혼다는 오래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관심을 보이며 투자를 해왔습니다. 1980대에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착수해, 2000년에 인간과 닮은 로봇 ‘아시모(ASIMO: 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ity)’를 공개했는데요. 지난 2018년 자율주행 로봇 등 더 실용적인 기술에 집중하기 위해 아시모의 연구 개발 및 생산을 중단하였습니다. 소프트뱅크 역시 2015년에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공개하고 판매를 시작했지만 수요가 적어서 2021년 6월에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혼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 출처= Maximalfocus on Unsplash


먼저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사업을 중단하고 있지만, 산업용 로봇에 국한됐던 로보틱스 산업은 여러 방향으로 전개되며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마켓앤드마켓’은 2022년 15억 달러(한화 약 2조 715억 원) 규모의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63.5%의 빠른 속도로 성장해, 2027년에는 173억 달러(한화 약 23조 90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가 잦아지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생산, 배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비약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번 참사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활용할만한 로봇도 있을까요?

유럽에서는 2013년 10월부터 4년 동안 이탈리아기술원(IIT), 로잔연방공대(EPFL), 피사대학교(UNIPI), 칼스루에 공과대학교(KIT), 루뱅 가톨릭 대학교(UCL) 등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벨기에의 연구기관과 대학이 협업해 워크맨 프로젝트(WALK-MAN Project)를 진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민간 기업들의 상용로봇과는 달리, 재해 대응에 중점을 둔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개발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해당 컨소시엄이 목표로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재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원격 조종 소프트웨어를 갖추면서도 독자적인 작업을 위해 인지 능력을 갖춘 것이었습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견고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했죠. 2018년에 두 번째 워크맨 로봇을 발표한 이후로 추가적인 발표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인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대신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과 상용화가 그렇게 멀지 않았다는 걸 알려준 연구입니다.

WALK-MAN 프로젝트에서 공개한 로봇, 출처=IIT 유튜브


로봇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점점 더 커지겠네요. 혹시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기술을 대표하는 기업이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로봇 산업에 뛰어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우리 일상에 직접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로봇 제조 전문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유비테크(UBTech)’라는 기업입니다. 중국 선전에 있는 유비테크는 2008년에 설립된 이후 지속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유비테크의 이족보행 로봇 Walker X, 출처=유비테크


유비테크은 일반 소비자를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기업용, 교육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UBTech는 2008년부터 로봇의 핵심 기술인 서보 모터(제어 신호로 회전 속도와 횟수를 제어하는 모터)연구를 시작해, 2012년에 초소형 서보 모터 개발에 성공했는데요. 유비테크의 서보 모터는 높은 토크(회전력)와 높은 정밀도를 자랑하는데, 이를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해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 및 B2B(기업간거래) 로봇을 생산하고 공급하고 있습니다.

유비테크는 교육, 엔터테인먼트, 노인 및 환자를 위한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소비자용 로봇과 기업을 위한 상업용 서비스 로봇, 보안 순찰 로봇, 2족 보행을 하는 대형 휴머노이드 서비스 로봇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비테크가 가장 중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는 것은 교육용 로봇입니다. 초등, 중등, 고등 교육기관에서 활용하는 교육용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코딩 기술 등을 교육하는 데 사용하거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유비테크의 교육용 로봇 ‘알파 미니’, 출처=유비테크 유튜브 영상


유비테크의 교육용 로봇인 ‘알파 미니’는 국내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데요. 블록코딩으로 로봇의 움직임을 쉽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통번역 기능,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는 백과사전 기능, 카메라 기반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설명하는 기능도 탑재됐습니다. 이 로봇은 어른들과 대화를 하거나 혈압 측정 시간을 이들에게 알려주게 할 수도 있고, 위급상황을 관리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생활을 관리해줄 수 있는 로봇으로, 약 125만 원에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 국내 교육현장에서도 인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차세대 기술과 관련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노력을 보이고 있나요?

우리 정부는 체계적인 로봇산업 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08년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제정했습니다. 로봇산업 진흥을 위해 5년마다 한 번씩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실행계획을 마련하도록 규정한 것인데요. 지난 2019년에는 3대 제조업 중심 제조로봇 확대 보급, 4대 서비스 로봇분야 집중 육성, 로봇산업 생태계 기초체력 강화를 추진과제로 하는 ‘제3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올해 2월에는 로봇기반 산업 혁신을 통한 스마트 제조·서비스 시장 성장 가속화, 국민생활 편익·인식 제고를 위한 로봇활용 환경 조성, 신기술・신사업 등 혁신 분야 창출을 위한 기반 구축을 중점으로 하는 2022년 지능형 로봇 실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민간 기업들도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020년 인수한 보스톤다이내믹스는 물류, 보안, 치안유지 등 범용적 활용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2021년 8월, 엄청난 운동 능력과 보행 성능을 기반으로 하는 아틀라스가 점프를 하고, 공중제비를 돌며, 장애물을 뛰어넘는 모습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됐습니다.

고도의 운동 능력을 선보이는 아틀라스 로봇, 출처=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영상


로봇이 우리 삶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아직 로봇산업은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내려면, 정부 차원에서도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제도적 제약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2021년에 배달, 주차, 보안 등에서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16건이 수행되었으나, 이 서비스들이 상용화 운용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이 되더라도, 다른 법이나 기관의 운영 방침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질적인 실증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드론 등 첨단 디지털 역량을 활용하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술’을 개발하는 것 등 필요한 제도적 보완을 하라고 주문했는데요. 드론을 활용한 인파 관리 기술과 함께 운집 군중을 물리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지상 로봇 기술을 개발한다면, 두 기술을 함께 활용해 효율적인 인파 관리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 최근에서야 핫해진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고 몇 년 전부터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를 진행해 왔다. 작년에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이름으로 전문 콘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웹서비스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정연호 기자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