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1037억, ‘의도된 적자’ 끝내 로켓배송-프레시 성장 등 힘입어 “물류 네트워크 7년 투자 결실” 주요 글로벌IB, 흑자 예측 못해
로켓배송 도입 이후 만성 적자에 빠졌던 쿠팡이 올해 3분기(7∼9월) 처음으로 분기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4년 로켓배송을 출시한 후 8년 만이다. ‘계획된 적자’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자동화 기술 기반 물류 네트워크에 과감하게 선행 투자한 게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이 9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이 기간 영업이익 7742만 달러를 달성했다.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 1340.5원을 적용하면 1037억 원 규모다. 쿠팡은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후 매 분기 2500억∼5000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냈었다. 2분기(6714만3000달러·당시 환율로 환산 시 847억 원)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1000억 원 밑으로 줄인 후 곧바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1억133만 달러(약 6조8383억 원)로 전년 동기(약 5조3850억 원) 대비 27% 증가했다. 저금리 시대 외연 확장에 주력했던 쿠팡은 ‘의도된 적자’를 끝내게 되면서 내년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의 기반을 마련했다.
쿠팡이 흑자전환 성적표를 받아들이면서 쿠팡은 이날 오전 시간 외 거래에서 8.41% 상승한 17.66달러에 거래됐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쿠팡의 3분기 영업적자를 약 300억∼400억 원대로 추정하는 등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
쿠팡은 자동화 기술에 기반한 물류 네트워크를 흑자전환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 주문과 발주를 최적화해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지난해보다 약 50% 줄였다”고 밝혔다.
고수익 카테고리로 확장하면서 비용 효율화를 이룬 점도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분기부터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분(2900원→4990원)이 반영돼 실적 증가가 뚜렷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3분기에는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의 중계와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가 흥행하기도 했다.
쿠팡은 흑자 전환에 안주하지 않고 향후 투자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김 의장은 “그동안 기술과 풀필먼트, 라스트 마일을 통합한 물류 네트워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결실이다”라며 “앞으로도 프로세스 최적화, 머신러닝과 로보틱스를 포함한 자동화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풍요로운 고객 경험과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