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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줄줄이 오르는 과자 가격… ‘식량 위기’는 왜 일어날까요?

입력 | 2022-11-11 03:00:00

전쟁-기후변화로 식량 생산량 감소
밀-감자 등 원재료 부족으로 이어져 물류비 치솟으며 식품 가격 급등
우리나라는 곡물 절반 이상을 수입… 국제 가격 변동에 국내 시장도 ‘흔들’
수입 다변화로 식량 위기 대비해야



가뭄으로 옥수수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쓰러져 있다. 올여름 세계 곡물가격은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물동량 증가 등의 원인으로 지난해 대비 2배가량 올랐다. 그 결과 빵과 과자, 라면 등 식품류 가격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5월 1일, 해태제과는 대표 과자 8개의 제품 가격을 평균 12.9%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허니버터칩의 권장소비자가격이 1500원에서 1700원으로 200원 올랐죠. 해태제과뿐만 아닙니다. 롯데제과의 빼빼로는 4월부터 200원, 농심의 새우깡은 3월에 100원씩 올랐어요.
○ 원자재 값 상승에 오르는 식품 가격
과자만 가격이 오른 건 아닙니다. 올해 1월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조정해 메로나 바의 권장소비자가격이 200원 올랐어요. 빙그레는 지난해 10월 유제품 가격도 올렸습니다. 라면과 빵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면은 이미 지난해 9월 가격이 올랐고, 7월 초에는 제빵 전문점 뚜레쥬르가 80개 제품의 가격을 올렸지요.

이렇게 다양한 식품 가격이 오른 주요한 이유는 원재료 가격 상승 때문입니다. 원재료는 과자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밀가루, 식용유, 설탕 등의 재료입니다. 해태제과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밀가루, 감자, 기름 등 과자의 원재료 가격이 급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라면 원재료의 약 40%를 차지하는 밀가루와 팜유 가격 역시 올랐습니다. 올해 6월 밀의 국제 가격은 1t당 371달러로, 1년 전보다 125달러 상승했습니다. t당 187달러였던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거의 2배로 올랐지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종진 연구위원은 “4대 곡물로 불리는 밀, 옥수수, 콩, 쌀 가운데 밀, 옥수수, 콩의 가격이 평년에 비해 올여름 2배 정도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보통 국제 시장에서 짧은 시간에 가격이 2∼4배 정도 급등하는 상황을 위기라 불렀는데, 이런 관점에서 현재는 식량 위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지요.
○ 식량 위기, 원인과 결과는?
그러면 식량 위기는 왜 일어난 걸까요. 김 연구위원은 이번 위기의 원인으로 크게 전쟁, 기후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세계 식량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밀 수출 5위로 ‘세계의 빵 바구니’라 불리는 곡창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으로 밭과 농기구 등이 파괴되고, 일할 사람들이 전쟁터로 떠나면서 밀 농사를 짓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게다가 러시아가 항구를 봉쇄해 수확한 밀을 수출하기도 어렵습니다. 한편 침략국인 러시아는 세계 밀 수출 1위 국가로, 우크라이나 동맹국에 밀 수출을 금지했지요.

그렇지만 현재의 식량 위기는 전쟁 때문만은 아닙니다. 김 연구위원은 “식량 가격은 전쟁 전인 2020년 중반부터 오름세였다”고 말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에서 식량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줄었던 세계의 물자 이동이 최근 급격히 늘면서 물건을 세계 각지로 옮기는 비용도 비싸졌어요. 당연히 식품 가격도 올랐습니다.

식량 위기에서 타격을 입는 국가는 대부분 식량 수입국입니다. 경제 상황이 나쁠수록 더 큰 피해를 보지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6월에 우크라이나에서 밀을 수입하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아에 처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 식량 위기, 우리나라는 괜찮을까
우리나라는 이번 식량 위기로 어떤 일을 겪게 될까요. 김 연구위원은 “기아 같은 재난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식량 가격이 비싸져 저소득층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식량 가격이 상승하며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이란 설명입니다.

‘식량 자급률’은 우리나라가 소비하는 식량 중 국내에서 생산된 식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5.8%로, 곡물의 절반 이상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4대 곡물 중 쌀은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농사를 지어 충당합니다. 하지만 밀의 식량 자급률은 겨우 0.8%입니다. 여기에 사료용으로 쓰이는 콩이나 옥수수를 포함하면 수입하는 곡물은 훨씬 많아지죠. 수입하는 곡물이 많으면 국제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이번처럼 해외 가격이 상승하면 식품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지요.

직접 밀을 키워 자급률을 높일 순 없을까요? 정부는 2021년 ‘국가식량계획’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밀의 자급률을 5.0%로, 콩의 자급률을 33.0%로 올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류도현 사무관은 “곡물을 키울 수 있는 농지와 기술을 확충하는 등 곡물 자급률을 높일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인구는 많고 농지는 좁아, 식량 자급률을 100%로 끌어올리기 힘듭니다. 어느 정도의 곡물은 해외에서 사와야 하는 실정이죠. 김 연구위원은 “다양한 나라에서 밀을 수입해, 한 지역의 작황이 나빠져도 밀을 계속 수입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류 사무관은 “식량 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저소득층에게 식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답니다.



이창욱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changwoo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