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통화 뒤 첫 대면 정상회담 “근본적 양보 없을 것” 강경 예고 반도체-대만-인권 놓고 대립 전망 “우크라戰 러 압박 강화”도 요구할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 간 대면 회담은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만나 “각자 레드라인(Red Line·양보할 수 없는 선)을 이야기할 것이다. 근본적 양보는 없을 것”이라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비롯한 무역 갈등, 대만, 인권 문제 등을 놓고 두 정상이 첨예하게 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워싱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15,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에 시 주석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1,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부통령으로서 당시 부주석이던 시 주석을 만났다. 하지만 지난해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5차례 전화와 영상통화만 했다. 마지막 통화는 7월 28일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대화에서 그가 중국 핵심 국익이라고 믿는 것과, 내가 미국 핵심 국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들이) 서로 부합하는지, 상충하는지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양국이 끝까지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자는 뜻이다. 또 “나는 그들(중국)에게 분쟁이 아닌 경쟁을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공정무역, (중국과)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포함한 여러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정상회담을 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중시한다. 양국은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은 이번 정상회담이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양국 관계를 크게 개선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국 당국의 인권 침해 의혹과 불공정 무역 관행에 우려를 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러시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더욱 분명히 하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정상의 만남이 ‘강 대 강’ 대치로 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중간선거에서 중국에 초강경 입장인 야당 공화당이 하원에서 우세를 보이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강력한 중국 억제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해 장기집권 체제를 굳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탄압,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 등을 비판했고 중국은 그때마다 반발했다. 로이터는 “미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회담의 기대치를 낮추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