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해밀톤호텔 대표 出禁조치 용산소방서 현장 지휘팀장도 입건
용산구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재난문자를 발송하라는 행정안전부의 요구를 받고도 78분 후에야 재난문자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서울시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등에 따르면 행안부는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53분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을 통해 ‘재난문자방송 송출(필요시)’이라는 메시지를 서울시 상황실과 용산구에 보냈다. 시 상황실은 지역 재난문자 송출 의무가 있는 용산구청 당직실로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오후 11시 27분경에야 통화가 연결됐다.
결국 용산구가 첫 재난문자를 보낸 건 사고 발생 약 2시간이 흐른 다음 날 0시 11분이었다. 행안부가 발송 요청을 하고 1시간 18분이 지난 시점이다. 용산구청의 재난문자 발송이 지체되자 서울시는 비상 상황임을 고려해 당일 오후 11시 56분경 직접 문자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용산소방서 구조대가 사고 현장의 심각성을 조기에 파악하지 못한 정황도 파악됐다. 특수본에 따르면 용산소방서 현장 지휘팀장 A 씨는 참사 발생 45분 뒤인 당일 오후 11시경 “넘어진 행인을 일으켜 세워 안전한 장소로 유도하고 있으니 잠시 뒤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는 무전을 남겼다.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이어 A 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9일 입건하고 조사 중이다.
특수본은 불법 증축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 해밀톤호텔의 대표이사 B 씨를 10일 출국 금지했다. 특수본은 전날 압수수색을 통해 B 씨 등의 휴대전화와 건물 설계도면을 확보했다. 핼러윈 대비 내부 문건 은폐 의혹과 관련해선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 정보관들이 이날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정보과장의 지시로 동료 경찰의 내부 문건을 대리 삭제한 정보관도 이날 2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한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기름을 뿌려 참사를 일으켰다’고 지목된 ‘각시탈 남성’ 2명은 사고 원인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본은 10일 이들을 불러 조사한 결과 손에 들고 있던 것이 기름이 아닌 양주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