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태우 재료공학부 교수팀 페로브스카이트 입자 합성법 개발… 기존 발광효율 저하문제 대폭 개선 밝기, 수명 등 세계 최고 수준 기록… “2030년 상용화 목표로 성과 낼 것”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팀. 이태우 교수 제공
국내 연구진이 발광 소재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의 한계를 극복한 발광 소자를 개발했다. 상용화된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 중 하나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보다 밝고 풍부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 분야에서 한국이 기술을 선도할 발판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의 발광 효율, 밝기,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발광 소자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9일자(현지 시간)에 발표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티탄산칼슘(CaTiO3)’처럼 ‘ABX3’ 형태의 화학식을 갖는 결정구조로 부도체·반도체·도체의 성질은 물론이고 초전도 현상까지 보이는 특별한 구조의 금속 산화물을 통칭한다.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주목받는 동시에 발광 효율과 색 순도가 높아 OLE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더 밝고 다양한 색상을 디스플레이로 구현할 수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 발광 효율을 개선하고 수명을 늘려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발광을 위해 소재 내부에서 전하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지만 이동한 전하들이 발광하는 데 쓰이지 않고 쉽게 분리돼 발광 효율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을 수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나노 입자 형태로 만들어 소재 내부 전하 분리를 억제하려는 연구가 이어졌지만 전하의 이동 성능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생겼다.
이 교수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을 벤젠성 산성 용액으로 둘러싼 수십 nm 크기의 나노 입자와 합성했다. 이렇게 합성한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은 전하 이동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발광 효율이 대폭 개선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발광 소자의 외부양자효율(EQE)은 28.9%, 47만3990cd(칸델라·1cd는 양초 1개 밝기)의 밝기에 수명은 최소 3만 시간 이상을 기록했다. 그동안 학계에서 보고된 수치를 모두 넘어섰다. 외부양자효율이란 디스플레이 소재에서 나온 빛알갱이(광자)의 개수를 투입한 전기 전하의 개수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소모되는 전력 효율과 관련이 있다. 상용화를 위해선 최소 20% 이상의 효율이 나와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동안 연구에선 15% 수준에 그쳤다.
이번 연구 결과로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교수는 2015년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의 전력 효율을 1년 만에 0.1% 수준에서 8.53%로 끌어올린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보고했고, 이후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를 합성해 전력 효율을 23.4%로 높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는 세계적인 연구그룹의 노력에도 수년간 구동 수명이 수백 시간 이내 수준에 머물러 상용화가 불가능한 실험실 수준의 소재라 여겨지고 있었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의 새로운 합성법을 고안해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가 상용화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계는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위해선 지금보다 수명을 최소 5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본다. 이 교수 연구팀은 2030년까지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성과를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는 “상용화로 이어지는 연구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기업 규모의 연구 인프라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이 앞서나가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