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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축’ 표현은 모욕죄일까…대법 “美대통령이 쓴 비유적 표현”

입력 | 2022-11-11 06:32: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News1


노동조합 간부들을 ‘악의 축’이라고 표현한 노조원에게 모욕죄를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부산의 한 버스회사 노조원인 A씨는 2017년 12월 ‘채용비리 제보에 대한 보복으로 노조위원장에게 폭행당했다’는 취지의 허위 언론 인터뷰를 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8년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회 일정을 알리면서 노조 간부들을 ‘악의 축’으로 지칭해 모욕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자백 등을 바탕으로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모욕 혐의는 무죄로 봤다. 1심은 “직선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악의 축’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게시한 글 전체에서 모욕적인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명예훼손 혐의와 모욕 혐의 모두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악의 축’ 표현은 조합원들에게 노조 간부들이 범죄행위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아무런 근거 없이 범죄행위의 주범인 것처럼 표현한 것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모욕 혐의 유죄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A씨가 노조 집행부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글을 쓰면서 ‘악의 축’으로 표현한 것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노조원은 노조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하고 내부문제에 의견개진을 비롯한 비판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며 “조합 운영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악의 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악의 축’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북한 등을 일컬어 사용한 이래 널리 알려지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 측의 핵심 일원이라는 취지로 비유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며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