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봉화 생환 광부들 퇴원…“막장은 아직도 어둠, 사고 반복 막아야”

입력 | 2022-11-11 11:24:00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사고로 매몰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이뤄낸 작업반장 박정하 씨(62)가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지하 갱도에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구조된 광부들이 병원 치료 1주일 만인 11일 퇴원했다. 생환한 작업반장 박정하 씨(62)는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도 정부에 작업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박 씨는 이날 퇴원에 앞서 안동병원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이 자리에 건강한 모습으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 씨는 광부 동료, 119구조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민간 자원봉사자, 군부대, 안동병원 의료진, 경북도민, 이철우 경북지사 등에게 일일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구조된 뒤 처절한 구조 활동 얘기를 들었다”며 “한 생명이라도 살리려고 한 그 진심이 가슴 깊은 곳까지 느껴졌다”고 했다.

박 씨는 “저는 건강한 모습으로 이곳을 나가지만 전국 각지에서 열악한 환경에 있는 동료들은 아직도 어두운 막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부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를 향해 “안전점검 실태조사로 광부들이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는 작업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전국의 광산 근로자들은 대한민국 발전을 이룩한 산업전사다. 자부심을 갖고 일해 달라. 존경한다”고 말한 뒤 일주일간 머물던 병원을 나섰다.

보조작업자 박모 씨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생사기로에서 건강하고 온전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관들에서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법률적 허점이 안 보이는 게 선진국 아닌가. 법률·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면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겨 일하는 조건과 환경이 많이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달 26일 오후 6시경 발생한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인해 지하 190m 갱도에서 채굴 작업을 하다가 고립됐다. 이들은 고립 10일째인 지난 4일 오후 11시 3분경 구조돼 안동병원에서 일주일 동안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해당 광산업체에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 지난 9일 원·하청업체 2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