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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실험에 참여하세요”…1300만원 받은 참가자들

입력 | 2022-11-12 14:00:00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돈 받은 참가자들 대체로 높은 수준 행복도
소득 일정 수준 이상은 행복도 크게 향상 안 돼



게티이미지뱅크


“독특한 사회 실험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합니다. 실험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를 줄 수 있지만 삶을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지식 공유 플랫폼 ‘TED’의 최고 경영자(CEO)인 크리스 앤더슨은 2020년 12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 영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케냐, 브라질 등 7개국에서 영어가 능통한 21세 이상의 사람을 모집하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실험이 당신에게 무엇을 요구할지 미리 밝힐 수 없다. 실험의 성격이 밝혀지면 철회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그럴 수 있을까)”라며 “이 실험이 인간 본성에 대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가르쳐 주고 당신의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바꾸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7개국 누리꾼들은 실험 참가를 희망했고 이 중 300명이 선발됐다. 참가자 중 200명의 계좌에는 1만 달러(약 1300만원)가 입금됐고 100명은 받지 못했다. 돈은 3개월 이내에 모두 사용해야 했으며 저축이나 투자를 위해 쓰는 것은 금지됐다.

앤더슨은 참가자들에게 “익명의 부부가 많은 돈을 기부했다. 이들은 사람들을 돕고 인간 본성 탐구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부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돈을 받은 참가자들은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반면 일부는 주변에 알린 뒤 트위터에 ‘#mysteryexperiment’ 해시태그를 달아 어떻게 돈을 썼는지 인증할 것을 지시받았다.

트위터에 공유된 ‘#mysteryexperiment’ 인증. 트위터 갈무리

참가자들은 가족에게 첫 차, 첫 컴퓨터 등을 선물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을 갚았다. 한 대학생 참가자는 100명의 학우에게 돈을 나눠 주며 ‘여자는 남자보다 돈을 받는 것을 더 주저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연구진은 돈을 받지 못한 참가자 100명을 포함한 모든 참가자에게 주기적으로 연락해 돈과 상관없는 질문을 하며 행복도를 점검했다. 그리고 6개월 후 참가자들은 삶의 만족감을 7점 척도, 행복이나 슬픔 등 긍정·부정 감정을 느끼는 빈도를 5점 척도로 기입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돈을 받은 참가자들은 6개월이 지난 후에도 행복도를 유지했다. 연소득이 1300만원인 참가자는 1억 3000만원인 참가자보다 행복도가 2배가량 증가했으며 인도네시아, 케냐, 브라질 등 저소득 국가의 참가자는 고소득 국가보다 행복도가 3배가량 증가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행복 수준을 도표화한 후 ‘200만 달러를 기부한 익명의 부부는 돈을 쌓아두고 있을 때보다 225배 더 많은 행복을 얻었다’고 추정했다.

엘리자베스 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교수.유튜브 채널 ‘TED’ 갈무리

이 실험은 최근 미국, 유럽 등에서 정부나 자선단체를 통한 기부보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현금 기부가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진행됐다. 실험에는 2019년 TED에서 ‘부의 재분배로 행복을 증진할 수 있다’는 주제로 강연한 엘리자베스 던 교수가 참여했다.

던 교수는 기존의 현금 지원 연구가 저소득 수혜자에게만 집중됐던 것을 감안해 다양한 사회·경제적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현금 지원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 7일 발행된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를 통해 “대규모 부의 재분배는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잘 달성될 수 있지만, 이 연구는 민간이 간단한 현금 지원을 통해 다른 사람의 복지를 실질적으로 증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던 교수는 ‘마켓워치’를 통해 “이 연구에 대한 나의 가장 큰 소망은 사람들이 이것을 모방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며 “200만 달러가 필요하지 않다. 훨씬 적은 양의 돈으로도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