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사형 도장을 찍는 직책’이라며 법무상 업무를 경시하는 듯한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현직 법무상의 경질 의향을 굳혔다.
공영 NHK, 요미우리 신문 등 현지 언론은 11일 오후 일제히 기시다 총리가 하나시 야스히로(葉梨康弘·63) 법무상을 교체할 의향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경질이라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집권 자민당 간부에게 이미 하나시 법무상 경질 의향을 전달했다.
기시다 내각의 각료 낙마는 지난달 24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접점 문제로 사임한 야마기와 다이시로(山際大志郞) 전 경제재정·재생상 이후 두 번째다.
장관 2명의 낙마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기시다 정권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법무상 후임을 결정하기 위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등 참석을 위해 예정돼 있던 11일 동남아시아 순방 출발도 12일로 연기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 보도했다.
당초 11일 오전 일본 외무성이 발표한 기시다 총리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발리 서밋,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출석’ 일정에 따르면, 그는 이날 일본을 출발해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할 일정이었다. 오후 3시 하네다(羽田) 공항에서 출발 예정이었다.
NHK는 기시다 총리가 출발을 ‘12일 이후’로 출발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13일에는 프놈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가 출발을 얼마나 연기할지 주목된다.
기시다 총리는 12일 아세안+한미일 3개국 정상회의, 아세안·일본 정상회의 등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12일 외교 일정은 재조정할 방침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앞서 지난 9일 밤 하나시 법무상은 다케이 슌스케(武井俊輔) 외무 부(副)대신이 주최한 집권 자민당 의원 모임에 참석해 “(법무상이라는 직무는) 아침에 사형 도장을 찍어, 오후 뉴스 톱이 되는 것은 그런 때 뿐이라는 수수한 직책이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그의 해당 발언은 법무상 직책을 경시하는 발언이라고 비판이 쏟아졌다. 하나시 법무상이 10일과 11일 두 차례 공식적인 사과를 표명했으나,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사임론이 부상했다.
하나시 법무상이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파벌 기시다파 소속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기시다 총리의 인사 능력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11일 오전에는 하나시 법무상이 지난달 31일 파티에서도 같은 취지의 망언을 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다. 기시다파 내에서도 옹호하는 목소리가 없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하나시 법무상은 경찰 관료 출신으로 이바라키(茨城) 3구를 선거구로 가진 중의원(하원) 6선 의원이다. 지난 8월 개각에서 처음으로 입각했다. 통일교 문제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상담 체제 강화 등 대응에 힘을 쏟아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