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이뤄낸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작업반장 박정하씨(62·왼쪽)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건넨 커피믹스 상자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22.11.11/뉴스1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박정하 씨(62)는 11일 병원에서 퇴원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말했다. 작업조장인 박 씨는 지난달 26일 사고로 지하 190m 갱도에 고립됐다가 4일 보조 작업자 A 씨(56)와 함께 구조됐다. 이후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에 입원해 탈진과 저체온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치료를 받았다.
박 씨는 기자회견에서 건강 상태에 관해 “지금도 오래 서 있으면 어지럽지만 육체적으로는 거의 회복한 상태”라면서도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새벽에 깨면 옆에 누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트라우마 치료는 계속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24시간 쉬지 않고 구조해준 동료 광원과 구조당국, 응원하며 힘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이뤄낸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작업반장 박정하씨(62)가 퇴원을 앞두고 병원 로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2.11.11/뉴스1
정부에는 ‘철저한 안전점검’을 당부했다. 박 씨는 “아연을 추출하고 남은 광물 찌꺼기를 폐갱도에 채운 것이 붕괴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철저한 안전실태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27년 경력의 배테랑인 그는 동료 광부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박 씨는 “전국 광산 근로자들은 대한민국 발전을 이룩한 산업 전사”라며 “열악한 환경, 어두운 갱도에서 일하지만 자부심을 갖기 바란다”고 했다. 또 “광산 노동 환경은 1980년대와 달라진 게 없다. 조금이라도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회단체와 연계해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씨는 전북 남원시에 있는 부모님 묘소를 찾아뵌 뒤 강원 정선군의 자택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커피믹스 30봉을 나눠 먹으며 버텼다는 박 씨에게 커피믹스 한 박스를 선물했다. 경북도는 박 씨 등을 구조하는 데 든 비용 전액(4억 원)도 부담하기로 했다.
한편 신원 노출을 꺼려 기자회견에 불참한 보조작업자 A 씨는 병원 측을 통해 “생사의 기로에서 많은 분들이 밖에서 도와주시고 관심을 보내주신 덕분에 구조될 수 있었다”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