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삭제·회유 혐의’ 용산서 前정보계장 숨진채 발견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를 받던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정보계장 A 씨가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내부문건을 참사 후 삭제하도록 지시·회유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날 낮 12시 44분경 A 씨가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가족들이 마당에서 숨진 A 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씨는 전날 일부 동료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6일까지 정상 근무를 하다 특수본에 입건된 7일부터 연차 휴가를 냈으며, 9일에는 정보과장과 함께 대기발령 조치됐다. 특수본은 이날 A 씨의 사망에 대해 “국가에 헌신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태원 사고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장과 삭제 지시 의혹이 제기된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수본은 또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출국금지했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에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용산구청이 핼러윈 축제를 대비해 종합상황실을 운영했다고 발표했으나, 사실상 별도 상황실 설치 없이 당직실이 운영됐을 뿐이라는 의혹도 추가 제기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1일 제출받은 용산구청 당직일지에 따르면 용산구청이 상황실이라고 밝혔던 곳은 당직실이었으며 참사 당일 당직실엔 소음 민원 담당자 3명이 추가돼 총 8명이 근무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25분경 서울시 안전지원과장 B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B 씨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주무부서인 안전총괄실 소속으로 산하에 축제안전관리계획을 수립·심의하는 사회안전팀이 있어 참사와 관계가 아주 없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고인이 경찰 조사를 받거나 한 적은 없는 걸로 안다”고 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