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에 힘써준 분들-국민께 감사 광부들 산업전사 자부심 갖길 노동환경 개선 활동하고 싶어”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구조된 박정하 씨가 11일 오전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에서 퇴원을 앞두고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안동=뉴스1
“오늘 막 태어난 갓난아기처럼 감회가 새롭습니다. 새로운 삶이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제2의 인생을 살아 보려 합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박정하 씨(62)는 11일 병원에서 퇴원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말했다. 작업조장인 박 씨는 지난달 26일 사고로 지하 190m 갱도에 고립됐다가 이달 4일 보조 작업자 A 씨(56)와 함께 구조됐다. 이후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에 입원해 탈진과 저체온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치료를 받았다.
박 씨는 기자회견에서 건강 상태에 관해 “육체적으로는 거의 회복한 상태”라면서도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새벽에 깨면 옆에 누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트라우마 치료는 계속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24시간 쉬지 않고 구조해준 동료 광부와 구조당국, 응원하며 힘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부에는 ‘철저한 안전점검’을 당부했다. 박 씨는 “아연을 추출하고 남은 광물 찌꺼기를 폐갱도에 채운 것이 붕괴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철저한 안전실태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27년 경력의 베테랑인 그는 동료 광부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박 씨는 “전국 광산 근로자들은 대한민국 발전을 이룩한 산업 전사”라며 “열악한 환경, 어두운 갱도에서 일하지만 자부심을 갖기 바란다”고 했다. 또 “광산 노동 환경은 1980년대와 달라진 게 없다. 조금이라도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회단체와 연계해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커피믹스 30봉을 나눠 먹으며 버텼다는 박 씨에게 커피믹스 한 박스를 선물했다. 경북도는 박 씨 등을 구조하는 데 든 비용 전액(4억 원)도 부담하기로 했다.
한편 신원 노출을 꺼려 기자회견에 불참한 보조작업자 A 씨는 병원 측을 통해 “생사의 기로에서 많은 분들이 밖에서 도와주시고 관심을 보내주신 덕분에 구조될 수 있었다”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동=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