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충격과 트라우마로 경황이 없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행적에 대해 용산구가 내놓은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용산구는 박 구청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8시 20분에 한 번, 9시 반경에 또 한 번 참사 현장 인근 퀴논길을 둘러봤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실제론 사고 전에는 한 번도 순찰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말을 뒤집었다. 박 구청장의 행적을 둘러싼 거짓말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용산구는 참사 당일 오후 11시부터 박 구청장이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했다. 하지만 오후 11시 반 무렵 박 구청장이 구청이 아닌 참사 현장 근처에 있었던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또 박 구청장은 사고 이틀 전 구청에서 열린 ‘핼러윈 긴급대책회의’에 불참했다. “부구청장이 관례대로 주재했다”는 게 박 구청장의 설명이다. 그런데 용산구가 핼러윈 대책회의를 열었던 것은 2020, 2021년에는 모두 구청장이 주재했다. 앞뒤를 따져보지 않은 채 전례 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경남 의령에 다녀온 이유도 석연치 않다. 당초 용산구는 “의령에서 축제가 있었고 초청 공문을 받아 다녀온 것”이라고 했다. 마치 지역축제에 공식 참석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이날 의령군수를 30분 면담했을 뿐이다. 그러자 용산구는 “군수 면담 일정이 잡혀 시제(時祭·음력 10월에 지내는 제사) 참석을 최종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군수를 만나기 위해 차로 5시간 거리를 달려갔고, 간 김에 집안 행사에 들렀다는 것인가. “하나의 거짓말이 많은 거짓말을 낳는다”란 서양 속담이 떠오른다.
▷경찰은 박 구청장을 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데 이어 11일 출국금지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은 이유 등이 중심 수사 대상이다. 박 구청장이 이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직에서 물러나게 되지만 현재로선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이미 공직자로서의 품위와 신뢰를 잃은 박 구청장이 설 자리가 있는지 의문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