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韓-아세안 정상회의’ 연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1.11.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밝혔다. 미중 갈등 속에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진 인태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구상에 부응하면서도 중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4박6일 간의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배웅을 받고 있다. 2022.11.11 성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윤 대통령은 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 첫날인 이날 한-아세안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태 전략’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위협적 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들을 향해 ‘한-아세안 연대 구상’도 제시했다. ‘아세안 관련 협력기금’을 올해 2400만 달러에서 2027년까지 4800만 달러로 두 배로 증액하고, 2024년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5주년에 맞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아세안이 대화 상대국과 맺는 최고 단계의 파트너십으로까지 올리자고 제안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훈 센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캄보디아 재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협력 계획을 담은 ‘2022∼2027 한-태국 공동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은 6·25전쟁 당시 태국이 아시아 최초로 파병 의사를 밝히고 병력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한국 국민은 태국 청년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수교 65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가 한층 더 확대·심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캄보디아 동포 만찬회에 참석해 “여러분이 자랑스러워할 세계 속에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날 따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헤브론 의료원을 방문해 이곳에서 일하는 우리 의료진을 격려하고, 신장 투석 필터 100개를 병원에 전달하기로 했다.
프놈펜=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