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14일 印尼서 정상회담
“북핵은 미중이 협력한 역사가 있는 분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런 정신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할 것이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4일 열린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회담에서 북한의 최근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역내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은 중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에 참여하도록 압박하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한 뒤 약 2년 만에 처음 시 주석과 대면으로 만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중간선거에서 예상외로 선전했다는 평가 속에 한숨 돌린 상태다. 2024년 재선 도전 가능성을 거론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폐막한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것은 물론이고 사실상 1인 장기 독재 체제 길을 열었다.
○ “미중 정상, 북핵 문제 첫 대면 논의”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끝낸 상황에서 미중 정상이 이 문제를 어떻게 논의할지 주목된다. 박 센터장은 “대만과 반도체 공급망 등에서 첨예하게 대립해온 두 정상이 처음 북핵 문제를 제대로 논의한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북핵이나 기후변화 분야에서나마 협력의 접점을 찾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중이 북핵 문제 악화에 서로 책임이 있다고 공방 중이어서 핵실험을 막는 데서 얼마만큼 공감대를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 대만-반도체 ‘레드라인’ 내놓고 첨예하게 논쟁
군사 충돌 위기로 치닫는 대만 문제와 대중국 반도체 수출 차단 등 첨예한 갈등 현안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각자의 레드라인(넘어서는 안 될 선)이 무엇인지 얘기할 것”이라며 “근본적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중국의 활동, 인권 침해 문제, 중국의 해로운 경제 관행에 대한 우려를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시 주석에게 얘기할 것이라고 9일 밝혔다. 시 주석은 당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이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에 자체 기술 개발로 맞서겠다는 입장인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수출 금지 해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어떤 종류의 공동성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현안마다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을 다 펼쳐 놓고 첨예하게 논쟁하는 수준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회담에 대해 “이견을 적절히 처리하고 오해와 오판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