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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기 연착륙 가능” vs “주거비 등 불안 여전”

입력 | 2022-11-12 03:00:00

10월 물가 둔화에 美내부 엇갈린 반응



제롬 파월.


미국 증시가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으로 급등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10일(현지 시간) 둔화된 미 물가상승률에 바로 반응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2% 하락해 109 선까지 떨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와 연동하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4.7%에서 4.3%대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에 직결되는 변수인 물가와 실업률 가운데 물가 상승이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美 물가 정점 지나, 경기 연착륙 가능”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올 1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7.7%)을 보였다. 이에 다음 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를 올리고 최종 금리도 5%에 못 미칠 수 있다는 ‘희망’이 시장에 나온 것이다. 이날 ‘경기 연착륙 가능’을 주장해 온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연착륙이 상당히 가능해진 듯하다”고 말했다. ‘경착륙 불가피론’을 펴오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마저 “축하할 만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고 보는 이들은 주거 휘발유 식료품을 제외한 중고차 옷 신발 등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점을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붕괴된 공급망이 서서히 복원돼 공급이 야기하는 물가 상승 우려가 수그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주거비-유가 하락까지 갈 길 멀어”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보였지만 고물가가 굳어질 우려는 여전하다는 의견도 많다. 9월까지 미국 내 휘발유값은 전월 대비 3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10월에는 4% 올랐다. 주거비 상승을 이끄는 월세 고공행진이 언제 멈출지도 관건이다.

그레그 백브라이드 뱅크레이트 수석 재무분석가는 “생계비에 중요한 품목의 물가에 의미 있는 변화는 여전히 찾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블레리나 우루치 T로프라이스어소시에이츠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패턴이 상품에서 서비스 위주로 전환돼 노동시장의 과열은 여전하다”며 “서비스 물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로레타 미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통화정책은 더욱 긴축적이어야 하며 그 상태가 한동안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하나의 지표 둔화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 하락세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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