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美인플레 정점론’ 기대감 전문가 “일희일비 이르다” 지적 美연준 긴축속도 완화 여지 커져 “한은, 베이비스텝 가능성” 관측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그래프가 대칭을 이루고 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하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코스피는 3.37% 급등하고, 환율은 59.1원 급락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소식이) 단기적으로는 우리에게 분명히 좋은 뉴스다. 얼마나 오래될지, 국제시장과 국내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봐서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다.”
이창용 한은총재
하지만 이 총재는 24일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국 통화정책이 바뀌면 변화가 있을 거라고 제가 말씀드렸는데 변화가 지금 감지됐지만 얼마나 오래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미국 인플레이션 숫자가 또 바뀔지 안 바뀔지 이런 것도 한 달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민간 및 국책 연구기관이 속속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속도 조절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전년 대비)를 기존 2.3%에서 1.8%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둔화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 정점론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하락해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원-달러 환율이 1100∼1300원 사이에서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하락으로 원자재 값이 떨어지면 국내 물가도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미 통화당국의 긴축 속도 조절이 가시화되면 국내 자금시장 경색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금경색은 결국 심리적 현상인데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거의 끝물에 와 있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돈맥경화’가 어느 정도 풀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