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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헤르손 함락 8개월 만에 수복…젤렌스키 “역사적인 날”

입력 | 2022-11-12 05:20:00

뉴스1


우크라이나군 선발대가 11일(현지시간) 헤르손 중심부의 드니프로 강 서쪽 둑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개전 초기이던 올해 3월 헤르손이 함락된 이래 8개월 만이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헤르손에 있던 3만여 병력을 드니프로강 동쪽으로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자축했다.

외신들은 이날 밤 국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남부 요충지 영토 수복 소식을 자축하며 축제 분위기인 키이우 시민들의 모습을 잇달아 타전하고 있다.

◇남부 전선 요충지 헤르손 되찾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비디오 연설을 통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는 남쪽 지역을 되찾고 헤르손을 수복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도시 외곽가지 온 우리 수비대는 진입이 임박했다”면서 “그러나 특수부대는 이미 도시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발표 직전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선발대가 헤르손 내 드니프로 강 서쪽 둑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제 군이 지뢰 제거 등 헤르손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를 최대한 빨리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헤르손 중심부에 시민들이 나와 국기를 들고 환영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3월 첫 함락됐던 항구도시 수복…개전 이래 최대 성과

흑해를 낀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은 개전 초기인 올해 3월 함락됐다. 최대 물동항 오데사로 가는 관문이자,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로의 담수 공급로였으며, 무엇보다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이어 러시아 본토까지 연결하는 육로가 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던 탓이다.

러시아는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가장 먼저 헤르손을 점령하고 오데사로의 서진을 꾀했으나, 우크라이나 역시 치열하게 막아내고 수복을 시도하는 등 양측이 대치 상황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 9일 러시아는 돌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발표와 우크라이나 내 군 사령관 세르게이 슈로비킨 장군 연설을 통해 보급 문제로 드니프로강 동쪽으로 철군을 명령했다고 밝힌 것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헤르손 수복과 관련, “우크라이나는 지금 또 다른 중요한 승리를 쟁취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무슨 짓을 하든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했다.

쿨레바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헤르손 인근 주민들이 ‘러시아가 영원히 이곳에 있다’고 쓰인 광고판을 제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게시했다고 AFP는 부연했다.

◇러, ‘헤르손 철군’ 돌연 발표 이틀 만에 완료 선언

러시아는 지난 9일 돌연 헤르손 철군 의사를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발표와 우크라이나 내 군 사령관 세르게이 슈로비킨 장군 연설을 통해 보급 문제로 드니프로강 동쪽으로 철군을 명령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어 이틀 만인 이날 러 관영 인테르팍스는 헤르손에 있던 러시아군 3만여 병력이 드니프로 강 서쪽에서 동쪽으로 철수를 마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실제 철군하더라도 완료까진 며칠 내지 수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러시아의 철군 완료 발표가 사실이라면 지시가 내려진 지 이틀 만에 실행에 옮긴 셈이 된다.

다만 러시아는 헤르손에서 철군해도 이 지역이 러시아의 점령지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지난 9월 말 헤르손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4곳 점령지에서 주민투표를 열고 찬성 우세로 공식 병합을 발표한 바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곳은 러시아 연방이며, 변화는 없고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헤르손을 합병한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는 “후회는 없다”고 답했다.

◇러, ‘소련 아프간 철군’ 이래 최대 실패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에 따르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4만 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10만 명도 넘는 러시아 군인이 사상했다. 우크라이나 병력 손실도 러시아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소련 시절 10년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보다 더 큰 인명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되는 상황에서 이번 철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전기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전날 “이번 철군이 실현된다면 우크라이나의 또 다른 승리”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는 올해 8월 시작한 남부 영토 수복 작전을 통해 마을 40곳 이상을 탈환한 데 더해 요충지 헤르손까지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우크라이나의 기세는 전날 미국이 발표한 새 안보 지원 패키지로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방어체계와 지대공 미사일을 포함 총 4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책을 약속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군 일부가 여전히 헤르손 내에 주둔하고 있다. 일부는 민간인 복장으로 갈아입고 매복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청은 텔레그램에 러시아어로 된 성명을 내고 “헤르손이 다시 우크라이나의 통제 하에 복귀하고 있다”면서 “죽음을 피하려거든 즉시 항복하라. 항복한 러시아군은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